그냥 하소연 좀 하고 싶네요...

침착한 향유2014.06.15 13:19조회 수 1721댓글 7

    • 글자 크기

동호회에서 알게 된 동생을 저 혼자 품고 있다가 저 혼자 풀어주려 합니다.



원래 남 좋아하는 거 조절이나 숨기거나 하는 걸 잘 못 하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이 누가 봐도 이 정도면 눈치 챘다고, 어지간히 지극정성이라고 할 정도로 어필도 하고


뭐하냐 밥 먹었냐 하는 그 한 마디조차도 조심스러워서 말 한 마디 나누고 싶어서 못 견딜 때가 되면 없는 용건까지 만들어서 톡하고


그렇게 둘이 만나서 내가 만나자고 한 거니까 당연하게 밥 사주고 눈에 띌 때마다 구해왔던, 평소에 좋아한다고 말하던 것들 아무렇지 않게 어쩌다 얻었다, 이런 거 있더라 하면서 하나둘씩 건네주고 커피 얻어먹고 더 스케줄 없다 그러면 집까지 바래다주고


다같이 노래방 놀러가면 듣고 싶은 노래 있으면 불러달라는 타입이라 그 노래들 다 기억해뒀다가 혼자 연습도 하고


오가는 말이 한마디 두마디씩 늘어나니까 겨우겨우 용기 내서 뭐하냐고 처음으로 물어본 날엔 잔다, 시간 좀 지나서 또 보내봤더니 알바간다 그러길래 자고 알바하고 하는데 톡 보내면 귀찮겠지 싶어서 제 쪽에서 대화 먼저 마무리해버리고


그런데도 마냥 밀어내거나 귀찮아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원래 사교성이 좋은 애라 다른 남자들한테도 다 저한테 해주는 것 정도는 해주는 것 같고


어디 상담이라도 받고 싶어도 정말 좋아하는 동호회고 사람들도 너무 친해서 괜히 일 생기거나 소문이라도 돌면 수습할 자신이 없어서 사람들 잃기 싫으니까 아무한테 말도 못하고





참... 이렇게 다 써놓고 보니까 정말 찌질하고 소심하네요.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저도 써놓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일 웃긴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있는데다 동아리나 알바 같은 곳에서 만난 남자랑은 사귈 생각이 없다는 걸 본인 입으로 듣고도 제가 이러고 있다는 거에요.


거기다 정말 제 자신이 싫은 건 그 마음 돌리거나 절 좋아하게 만들 자신 없으니까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란 걸 아는데도 제 마음 하나 정리하고 싶어서 대놓고 차이려고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는 겁니다.


그 애가 스스로 말하길 자기가 연애나 이런쪽으론 눈치가 정말 더럽게 없다고 하는데 정말 제 맘을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제가 더 눈치가 없어서 거절하고 있는 건데도 눈치를 못 채는 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물론 저도 저런 소리까지 듣고 포기 못하는 것 보면 거절하는 티를 낸다고 해도 눈치를 채거나 받아들일 것 같진 않긴 하지만요...




어디 결론을 내거나 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페이스북에 안알랴줌 같은 거 아무리 올려놔봐야 이렇게 직접적인 얘기는 하지도 못하고 사람들 보기에 거슬리기만 할 것 같아서 겨우 익명성 빌려서 이런 곳에 쓰고 있네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심정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아도 어디엔가는 토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두서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주제에 길기만 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늘 그래왔듯이 혼자 참아내야 하는 거겠죠...

    • 글자 크기
남자분들 마이러버상대 (by 화사한 당단풍)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에 나갔는데.. (by 점잖은 비름)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22523 담부턴 그냥 안나가야지...3 육중한 시계꽃 2018.10.21
22522 부산대 인식이 안좋은건 꼬리가 너무 길어서 그런거아님?16 까다로운 애기부들 2012.09.01
22521 [레알피누] 나도 모르게 타버린 썸13 나약한 작약 2013.06.23
22520 ㅋ하루만못생겨봤음좋겠네7 보통의 도깨비고비 2013.07.28
22519 전여친이 꿈에 나온다.11 끌려다니는 달뿌리풀 2013.11.25
22518 밑에글 보니 생각나는데 저도 연락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은 좀 이해가 안되네요7 적나라한 꽃향유 2013.12.02
22517 남자분들 마이러버상대8 화사한 당단풍 2014.02.06
그냥 하소연 좀 하고 싶네요...7 침착한 향유 2014.06.15
22515 오랜만에 동아리 모임에 나갔는데..4 점잖은 비름 2014.07.07
22514 아무리 이쁘다해도4 털많은 뜰보리수 2014.11.28
22513 남자친구 생일선물로 패딩사줄껀데 검정하고 블랙중에 어떤게 괜찮을까요?21 머리나쁜 무스카리 2014.12.19
22512 인사만하고지내는데 선톡받아보신분12 도도한 흰꿀풀 2015.03.28
22511 저같은 경우 있으신가요?15 화난 도깨비바늘 2015.07.04
22510 헤어지자해놓고16 바쁜 쇠뜨기 2015.07.12
22509 커플혹은 썸타시는 분들 주로 무슨대화하세요?7 미운 황기 2016.02.19
22508 나만 이럴거라 생각하니 아프다10 즐거운 돈나무 2016.05.04
22507 헤어진 남친이 카톡은 하자는데11 냉철한 무스카리 2016.05.25
22506 같은 수업12 때리고싶은 아까시나무 2016.05.31
22505 전애인과 헤어지고 2~3주 후에9 거대한 하늘타리 2016.06.14
22504 하하하하 절 차버린 전여친은 정말 잘 살고 있네요7 상냥한 헬리오트로프 2016.07.2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