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에서 알게 된 동생을 저 혼자 품고 있다가 저 혼자 풀어주려 합니다.
원래 남 좋아하는 거 조절이나 숨기거나 하는 걸 잘 못 하기도 하고 주위 사람들이 누가 봐도 이 정도면 눈치 챘다고, 어지간히 지극정성이라고 할 정도로 어필도 하고
뭐하냐 밥 먹었냐 하는 그 한 마디조차도 조심스러워서 말 한 마디 나누고 싶어서 못 견딜 때가 되면 없는 용건까지 만들어서 톡하고
그렇게 둘이 만나서 내가 만나자고 한 거니까 당연하게 밥 사주고 눈에 띌 때마다 구해왔던, 평소에 좋아한다고 말하던 것들 아무렇지 않게 어쩌다 얻었다, 이런 거 있더라 하면서 하나둘씩 건네주고 커피 얻어먹고 더 스케줄 없다 그러면 집까지 바래다주고
다같이 노래방 놀러가면 듣고 싶은 노래 있으면 불러달라는 타입이라 그 노래들 다 기억해뒀다가 혼자 연습도 하고
오가는 말이 한마디 두마디씩 늘어나니까 겨우겨우 용기 내서 뭐하냐고 처음으로 물어본 날엔 잔다, 시간 좀 지나서 또 보내봤더니 알바간다 그러길래 자고 알바하고 하는데 톡 보내면 귀찮겠지 싶어서 제 쪽에서 대화 먼저 마무리해버리고
그런데도 마냥 밀어내거나 귀찮아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은데 원래 사교성이 좋은 애라 다른 남자들한테도 다 저한테 해주는 것 정도는 해주는 것 같고
어디 상담이라도 받고 싶어도 정말 좋아하는 동호회고 사람들도 너무 친해서 괜히 일 생기거나 소문이라도 돌면 수습할 자신이 없어서 사람들 잃기 싫으니까 아무한테 말도 못하고
참... 이렇게 다 써놓고 보니까 정말 찌질하고 소심하네요.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저도 써놓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일 웃긴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있는데다 동아리나 알바 같은 곳에서 만난 남자랑은 사귈 생각이 없다는 걸 본인 입으로 듣고도 제가 이러고 있다는 거에요.
거기다 정말 제 자신이 싫은 건 그 마음 돌리거나 절 좋아하게 만들 자신 없으니까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란 걸 아는데도 제 마음 하나 정리하고 싶어서 대놓고 차이려고 고백하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는 겁니다.
그 애가 스스로 말하길 자기가 연애나 이런쪽으론 눈치가 정말 더럽게 없다고 하는데 정말 제 맘을 눈치를 못 챈 건지 아니면 제가 더 눈치가 없어서 거절하고 있는 건데도 눈치를 못 채는 건지 정말 말도 안 되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물론 저도 저런 소리까지 듣고 포기 못하는 것 보면 거절하는 티를 낸다고 해도 눈치를 채거나 받아들일 것 같진 않긴 하지만요...
어디 결론을 내거나 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페이스북에 안알랴줌 같은 거 아무리 올려놔봐야 이렇게 직접적인 얘기는 하지도 못하고 사람들 보기에 거슬리기만 할 것 같아서 겨우 익명성 빌려서 이런 곳에 쓰고 있네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같은 심정이라고 해야하나... 정말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아도 어디엔가는 토해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두서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주제에 길기만 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늘 그래왔듯이 혼자 참아내야 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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