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서 써보는 첫만남

글쓴이2015.04.06 02:29조회 수 1416댓글 3

    • 글자 크기
"...안녕?"
"...흐하하하 그래, 안녕!"

눈송이가 뒤섞인 찬바람이 이제 막 시작되려하는 늦은 가을날, 혹은 이른 겨울날...11월 초의 어느 날 그렇게 우리는 그 지하철 역에서 처음 만났다.

두텁게 짜인 하얀 가디건을 느슨하게 걸치고, 착 달라붙는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받쳐입은 그녀는, 너무나도 당당한 아름다움과는 달리 서로 눈을 바라보며 나눈 첫 인사와 첫 미소 이후론 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쑥스러워하기만 했다.

"...야, 하하! 왜 계속 눈을 피해? 나 좀 보고얘기해!"

그걸 기회삼아 히히덕거리면서 그녀를 놀리는건 엄청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소개팅이라는 자리에 나오는 길에, 천원짜리 커다란 핫바를 입에 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친 그 순간 그 울것같이 창피해하던 표정이라니!

"...왜그래 쫌 그러지마...있어봐 기다려. 부끄럽단말야."

내가 눈을 마주보려고 계속 이리저리 그녀의 얼굴을 쫓아서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면 얼굴을 푹 숙여버리곤 했다. 그리곤 울상어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쪼금만 기다려봐...나 좀 사람 눈 잘 못본단말야...특히"

"...특히? 특히 뭐야?"

내 물음에, 드디어 그녀가 얼굴을 들고 내 눈을 잠깐...아주 잠깐 바라본 채로 말을 잇고는 다시 곧장 고개를 땅바닥에 떨구어버렸다. 볼이 발그레해진 채.

"...좋아하는사람 눈."

그리고 다음순간, 나 역시 볼이 발그레해지고 고개를 그녀와같이 땅바닥으로 향할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둘은 그날, 서로 첫눈에 반해버렸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50603 .16 처참한 매듭풀 2017.11.04
50602 .4 의연한 라일락 2019.03.10
50601 .25 나약한 나도밤나무 2018.09.20
50600 .9 따듯한 수리취 2017.08.24
50599 .2 친숙한 개비름 2017.10.18
50598 .1 코피나는 대팻집나무 2014.11.02
50597 .17 부자 율무 2015.03.20
50596 .14 과감한 패랭이꽃 2014.08.25
50595 .4 냉철한 뚱딴지 2015.02.13
50594 .14 귀여운 좀씀바귀 2019.04.05
50593 .20 조용한 타래붓꽃 2016.10.02
50592 .23 바쁜 금불초 2015.02.23
50591 .2 아픈 사람주나무 2015.03.20
50590 .2 엄격한 사마귀풀 2016.12.09
50589 .13 다친 철쭉 2017.04.26
50588 .11 힘쎈 회화나무 2015.11.25
50587 .6 명랑한 오갈피나무 2016.09.21
50586 .24 꼴찌 좀깨잎나무 2017.09.22
50585 .19 서운한 개비름 2014.09.13
50584 .2 청렴한 사과나무 2018.12.19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