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서 써보는 첫만남

자상한 고추2015.04.06 02:29조회 수 1417댓글 3

    • 글자 크기
"...안녕?"
"...흐하하하 그래, 안녕!"

눈송이가 뒤섞인 찬바람이 이제 막 시작되려하는 늦은 가을날, 혹은 이른 겨울날...11월 초의 어느 날 그렇게 우리는 그 지하철 역에서 처음 만났다.

두텁게 짜인 하얀 가디건을 느슨하게 걸치고, 착 달라붙는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받쳐입은 그녀는, 너무나도 당당한 아름다움과는 달리 서로 눈을 바라보며 나눈 첫 인사와 첫 미소 이후론 내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못하고 쑥스러워하기만 했다.

"...야, 하하! 왜 계속 눈을 피해? 나 좀 보고얘기해!"

그걸 기회삼아 히히덕거리면서 그녀를 놀리는건 엄청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소개팅이라는 자리에 나오는 길에, 천원짜리 커다란 핫바를 입에 물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친 그 순간 그 울것같이 창피해하던 표정이라니!

"...왜그래 쫌 그러지마...있어봐 기다려. 부끄럽단말야."

내가 눈을 마주보려고 계속 이리저리 그녀의 얼굴을 쫓아서 이리저리 뱅글뱅글 돌기 시작하면 얼굴을 푹 숙여버리곤 했다. 그리곤 울상어린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쪼금만 기다려봐...나 좀 사람 눈 잘 못본단말야...특히"

"...특히? 특히 뭐야?"

내 물음에, 드디어 그녀가 얼굴을 들고 내 눈을 잠깐...아주 잠깐 바라본 채로 말을 잇고는 다시 곧장 고개를 땅바닥에 떨구어버렸다. 볼이 발그레해진 채.

"...좋아하는사람 눈."

그리고 다음순간, 나 역시 볼이 발그레해지고 고개를 그녀와같이 땅바닥으로 향할 뿐이었다.

그렇게 우리둘은 그날, 서로 첫눈에 반해버렸다.
    • 글자 크기
19금) 제발 부탁드립니다 북문근처... (by 수줍은 매화말발도리) 슬기??야ㅡㅡ.. (by 처절한 노간주나무)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20548 ㅎㅎ슬프네요4 착실한 줄딸기 2015.04.06
20547 [레알피누] .19 가벼운 모과나무 2015.04.06
20546 쉐프 최현석같은 허세8 해박한 벼룩나물 2015.04.06
20545 5포세대니 7포세대니 하는데1 보통의 고광나무 2015.04.06
20544 .15 난쟁이 머루 2015.04.06
20543 애정표현 잘 못하시는 여자분들9 착실한 줄딸기 2015.04.06
20542 19금) 제발 부탁드립니다 북문근처...11 수줍은 매화말발도리 2015.04.06
보고싶어서 써보는 첫만남3 자상한 고추 2015.04.06
20540 슬기??야ㅡㅡ..12 처절한 노간주나무 2015.04.06
20539 한없이 작아진다느낄때14 자상한 꽃마리 2015.04.06
20538 너는 잘지내?24 때리고싶은 모시풀 2015.04.06
20537 .9 착한 삼잎국화 2015.04.06
20536 질문 (남녀무관)9 냉정한 갈매나무 2015.04.05
20535 어떤게 썸인가요?10 초연한 큰개불알풀 2015.04.05
20534 보고싶다3 야릇한 설악초 2015.04.05
20533 .27 세련된 긴강남차 2015.04.05
20532 자신감이 생기지 않습니다..2 침울한 두메부추 2015.04.05
20531 마이러버 후기3 촉촉한 명아주 2015.04.05
20530 .1 엄격한 모란 2015.04.05
20529 제 심리가 뭔지 모르겠습니다.....5 의젓한 노랑제비꽃 2015.04.0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