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풋한 사랑을 하고싶어요

겸연쩍은 새콩2017.01.09 22:01조회 수 1512추천 수 5댓글 12

    • 글자 크기
첫 눈이 온 운동장을 걸을 때 나던 뽀드득 소리.

조심스레 맞잡던 두 손, 서로의 체온에 손이 녹던, 마음까지 따스해지던 온기.

떡볶이 하나 순대 하나 시키고 마주보며 재잘거리던 그때의 사랑스러운 눈빛.

끌어안았을 때 코끝을 간지럽히던, 냄새마저 아름답던 그녀의 샴푸 향기.

도서관에 나란히 마주앉아 손잡으며 공부하기 위해, 남몰래 연습하던 삐뚤삐뚤한 왼손글씨로 가득찬 전공책.

나와 너 1만원씩, 2만원으로 하루종일 놀아도 행복하기만 하던 그날의 기분.

자동차도 없던 시절,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여기 저기 다녀도 웃음이 지지 않던 그날의 미소들.

함께 만들었던 토피어리, 지금은 화분밖에 남지 않은 그날의 손길들.

못하는 노래도 서로를 향한 세레나데로 들리던 그날의 음성들.

광안리 바닷가에서 손에 든 아메리카노 한 모금 너의 입술 한 모금.

타로카드를 보며 그 때 그 때의 결과에 일희일비하던 너를 다독였던 지금도 생생한 너의 자그마한 어깨.

여름철 도서관 옆 벤치, 눈 감고 너의 무릎에 누워 가만히 듣고 있던 매미 울음 소리, 풀벌레 소리 그리고 너의 속삭임.

비오는 날이면 늘 젖던 내 한쪽어깨, 속상해하며 어깨를 털어주던 너의 손길.

치마가 짧다며 가려주려 하면 아무도 볼 사람 없다며, 말괄량이 같은 눈빛으로 심장 떨리게 하던 시선.

강한척 하지만 닭똥같이 뚝뚝 떨어지던 너의 눈물, 지그시 바라보면 피식 터져나오던 너의 미소.

자그마한 노트북으로 함께 보던 거침없이 하이킥.

너의 머리에 씌워주던 나의 하이바.

티비에 걸그룹을 보고 있으면, 나에게 발사하는 거침없던 하이빔.

너의 집 앞 편의점에서 알새우칩과 함께 마시던 하이트.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면 늘 나에게 주던 포스트잇 편지, 그건 그 날의 하이라이트.

20대 후반이 되어버린 지금은 불가능하겠죠.

지금은 너무도 차가운 겨울내음만 가득한데..

너무도 시리다.
    • 글자 크기
풋풋한 연애좀 ㅜㅜ (by 깜찍한 여주)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by 미운 백화등)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56358 프로 짝사랑러의 일기&고민17 화사한 감국 2017.12.14
56357 프라이버시 문제17 고상한 엉겅퀴 2017.05.12
56356 퓨...아직도 마이러버...1 초라한 회향 2017.04.07
56355 19 무좀걸린 털진득찰 2016.01.16
56354 풋풋한 연애좀 ㅜㅜ25 깜찍한 여주 2013.03.30
풋풋한 사랑을 하고싶어요12 겸연쩍은 새콩 2017.01.09
56352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12 미운 백화등 2016.04.30
56351 풀발기 5센치......곧 여친이랑 할거 같은데 두려움이 앞서요......31 착실한 은분취 2018.04.20
56350 푸짐한 물아카시아님6 착실한 구름체꽃 2014.09.21
56349 푸른빛 도는 저녁 어스름에2 키큰 방동사니 2013.04.26
56348 푸념좀 할께요.ㅠㅠ6 포근한 노루발 2016.10.09
56347 푸념 및 긴글주의16 정중한 은대난초 2016.05.26
56346 푸념53 다친 도꼬마리 2014.10.30
56345 푸념2 개구쟁이 때죽나무 2020.03.08
56344 푸념9 한가한 산국 2016.06.04
56343 푸념6 밝은 금목서 2014.10.30
56342 푸근한사람만나고싶다25 조용한 삼나무 2015.04.07
56341 푸근한 공대생 만나고싶네요29 명랑한 톱풀 2014.12.19
56340 푸.... 여자친구랑 카톡 대화 분석좀ㅜ 여자사람들 도저히 모르겠어요35 행복한 글라디올러스 2015.04.08
56339 표현하기 좋아하는 여자분들5 정중한 마름 2019.03.25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