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기나긴 취준생활 끝에 돌고돌아 저번주 금요일에 코트라에 합격한 기계과 졸업생 30살 아재입니다. 지난 5년동안 저를 관통한 생각과 적성을 찾는 과정 등 제 인생에 대해 정리 및 미래의 방향에 대한 에세이겸 힘드신 취준생분들게 위로와 응원이 될까 적어봅니다. 에세이 형식이니 반말이라도 양해 부탁드리고 적당히 스킵하면서 보시고 맞춤법 지적 많이 해주십시오.
#스펙
기계과 3.6 / 경제학과 부전공 3.9 /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환학생
토익: 970 / 오픽 AL
# 최종탈
2015~2018년 상반기까지 현대위아 기획, 기아차 구매, 두산인프라코어 해외영업, LG전자 H&A, 한화,CJ,포스코 등 최종까지 여러 번 갔지만 다 최종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무자나 부장급에게 내가 잘났다고 주절주절 아는척 했다가 떨어진 것 같다. 사기업 최종면접은 그들의 부서의 특성을 고려해서 성격과 분위기 등 잘 조화되지 않거나 피곤한 타입을 걸러내는 것 같다.
#2019~2020
2018년 여름부터는 경제와 부동산에 눈을 좀 뜬 것 같다. 특히 갭투자 강의를 들으러 다니고 홍춘욱씨의 블로그와 책을 읽었다.
코트라 채용전형을 조사를 해보니 내가 좋아하는 영어, 경제논술, 전략컨설팅 보고서 작성이었고 면접유형도 내가 지난 3년동안 봐왔던 토론과 PT등의 유형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2019년 1월부터 혼자 행정고시용 거시, 국제, 미시경제학 책을 보고 한국은행 등 여러기관 보고서를 읽고 준비했다. 운좋게 최종까지 갔지만 떨어졌다.
멘탈이 나가기도 했고, 30살 먹어서 부모님집에 살면 적어도 월세정도는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경험상 코트라를 풀타임으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기에 최종에서 떨어지자마자 영어강사를 시작했다.
#영어에 관한 생각
지금도 많이 부족하지만 어학원에 가르치면서, 유튜버(라이브 아카데미, 구슬쌤, 지후영어, 이영시, 브릿지tv 등) 모든 강의를 듣고 기록하면서, 지난 6년을 매일 함께한 빅뱅이론을 계속 보면서, 영어실력이 중-중은 된 것 같다. 10년정도 더 하면 토론이나 협상할 때 논리적으로 명확하고 간결하게 말하고 쓰고, 스몰토크도 좀 할 수 있는 중-상은 되지 않을까. 이러한 경험으로 교육학이나 성장발달?쪽으로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언어는 무엇보다 어릴 때(유치원-초등학생?) 습득하는게 중요하다는 것 느꼈다. 내가 역마살이 있기도 하지만 자녀의 교육을 국제학교 등 외국에서 시키면서 언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시험용이 아닌 문화적으로 습득하기를 바라는 것도 코트라에 지원한 이유다 있다. 이러한 판단은 나의 경험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정말 우수한 인재들에게 영어학습에 대해 물어보고 내린 것이다. 비록 국내파이지만 BTS의 RM이나 브릿지 tv 김태훈님만큼의 노력과 머리가 따라준다면 상위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머리도, 노력도 탁월하지 않기에 이렇게 돌고돌아 코트라에 늦게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영어학습에 대한 의견은 자유롭게 남겨주시길 바란다.
#경제공부
나는 개인적으로 머리가 좋지 않고 외워서 기계적으로 푸는 것과 4지선다형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인적성 중 삼성 SSAT에는 통과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경제공부도 금공 A,B매치 등의 경제이론을 수학적으로 푸는 공부보다 국내외 여러 기관 보고서를 읽거나, 리멤버나우, 오건영님의 에세이 등을 읽고 현안과 정책을 이해하고 해석하는게 더 재밌다고 느꼈다. 그 중 눈을 띄게 된 사이트가 있는데, On the other hand Joohyeon의 글이다. 유료였지만 현재는 무료로 전환했기에 그분의 경제학 접근방법과 글들을 읽으면 내가 경제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루는 영역은 경제학원론부터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미연준 통화정책 등 다양하다. 경제학원론, 경제성장, 국제무역이론은 코트라 경제논술을 준비하는데 기초를 다지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경제에 관심이 있거나 좋아하시는 분들, 더 뛰어난 분들도 계시겠지만 주현님은 강추한다.
코트라 합격생들과 이야기해보면 대부분 톰슨에듀라는 학원에 다녔다고 한다. 난 운좋게 작년 온라인으로 톰슨에듀 강의를 들은 스터디 사람의 자료를 받았다. 조금 도움이 되고 멘탈적으로 안정감이 들긴 하지만 100만원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교과서와 각종 기관의 보고서를 본다면 충분한 것 같다. 들은바에 의하면 IS-LM-BP 등 식과 그래프를 기계적으로 연습시키는데 글로만 서술해도 합격한 사람도 있기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자기개발
지난 1주일 연수동안 모든 임원분들이 석박사 등 자기개발을 강조하셨다. 안그래도 경제나 데이터쪽으로 심화하여 공부를 하고싶었는데 눈치안보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1년동안 자기개발을 해온 것은 그나마 계량경제학과 R, 통계와 확률 등인데 머신런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미적분, 선형대수를 복습하면서 수학적 기초를 다시 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퀀트투자에 매우 관심이 많기에 이현열님이 지으신 R을 이용한 퀀트투자, 그리고 코트라 선배인 강환국님이 지으신 책을 읽고 나름 독학하고 있는데 진도가 더디다. No more bets라고 유명한 금융인 블로거께서 문과든 이과든 코딩을 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글을 보고 작년부터 띄엄띄엄 해오고 있고, 영어처럼 5~10년 공부한다면 중-중정도는 되지 않을까한다. 주위 기계과 선후배 동기들을 보면 취업하고 학문적인 자기개발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친해진 코트라 남자동기들은 연수 1주차지만 벌써부터 자기개발을 하고 있단다. 자기개발과 취미를 꾸준히 하다보면 본인의 업을 뛰어넘거나 상호보완되어 좋은 기회가 더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글쓰기
지난 1년동안 페북에서 지식인들의 글을 읽으면서 지식과 사고의 깊이, 글쓰는 능력에 대해 절망을 느꼈다. 진심으로 몇 억이라는 돈보다 그 사람들의 지식과 사고, 글쓰기 역량을 가지고 싶다. 예를 들어, 이한상 교수, 힝고, 김도훈 교수, 양승훈 교수, 오석태 이코노미스트, 권순우 기자, 김두얼 교수 등이다. 아마 평생 공부해도 반도 못 따라가겠지만, 매일 페북 글을 읽으며 현안을 이해하고 다양한 시각을 접하고 있다. 나태해 질 때마다 나 스스로 동기부여가 되는 포인트랄까. 이 글을 적는 것도 나름대로 글쓰기의 연습이고 나와의 다짐이기 때문이다.
#코트라 최종합격
주절주절 인생이야기 길게 풀어서 죄송하다. 3차 면접 중 토론과 상황면접이 있었는데 몇 년동안의 면접경험 중 망쳤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든 적이었다. 최종면접도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인턴, 공모전 등 화려한 스펙이랄 것이 없기에 대학생활 전부인 농구동아리를 꾸준히 하여 얻은 주인의식과 열정이라는 것으로 어필을 했던 게 임원분들에게 그나마 임팩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신기하게 떨린 적이 없었다. '이번에 안되면 내년에 토익 만점찍고 코딩 공부하면서 다시 한번 도전 하지 뭐' 라는 마인드로 내려놓고 임했기에 그런 것 같다. 코트라만 바라봤고 어차피 내가 갈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작년에 코트라 최종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사주를 봤을 때 34살까지 운이 없다고 했는데 순 거짓부렁이었다.
정리하자면 자신이 평생하고 싶은 것들(나의 경우에는 경제, 영어, 주식 및 부동산, 데이터과학)을 비록 몇년 방황을 하더라도 명확히 하고 느리더라도 흔들림 없이 정진한다면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허접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혹시 궁금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댓글이나 쪽지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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