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入春 Part III
그녀와 헤어지자고 말한 지 며칠이 흘렀다.
남겨둔 게 많아서인지 아직 다 못 가져온 게 많아서인지...
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차피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마음은 변함이 없으니까...
힘들게 먼저 만나자는 말을 꺼냈고
그녀도 그렇게 거부감을 가지지 않고 허락했다.
그녀를 기다리는 난 예전처럼 들뜬 마음이었고
혹시 안 오지는 않을까 맘을 조렸다.
그녀가 다가온다.
약간은 어두운 표정이지만 그런 그녀를 보기만 해도 어느 센가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만나 영화도 보고 밥도 먹으면서 예전처럼 다녔다.
몇 번을 그렇게 만나면서 다시 사귀는 게 아닌가 라는 착각이들 정도였고
그녀도 만날 때마다 밝아지는 모습이 나를 안심 시켰다.
나는 헤어졌다는 것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녀와 함께 있다는 것에도 만족했기에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그녀 역시 헤어짐에 관한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우리 다시 사귀는 거야?”
그녀가 자못 진지하게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말을 돌렸다.
대답하기가 힘들었으니까.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는데...
다시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나의 이기심으로 다시 그녀를 만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에 빠져버렸다.
“오빠...?”
“응?”
“우리 다시 사귀는 거냐고...”
그녀 목소리에 힘이 빠지고 있다.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그녀도 말이 없다.
얼마나 실망했을까...
하지만 난 그녀를 달래줄 수도 위로해줄 수도 없다.
나의 이기심이 아직 그녀를 놓지 못한 것이니까...
익숙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익숙하기 때문에 곁에 있는 게 어색하지 않았을 뿐...
그렇게 헤어진 뒤의 우리의 만남은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계속 주는 것일 뿐이었다.
우리는...
그녀와 난
그렇게 미소 뒤에 눈물을 감추며 점점 서로에게 어색해져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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