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랑 200일 넘게 잘 만나고있어요. 하지만 과연 제가 이 사람을 사랑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헤어지고 싶진 않지만 이 사람 없이도 멀쩡할 것만 같은 제 자신이 신기해요. 그냥 한곳이 허전한 느낌이에요.
새벽감성 충만하게 남자친구에게 편지글을 써봤어요.
제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건지... 이런 연애도 건강한 연애 맞는걸까요?..
P.s. 남자친구에게 직접 이 글을 보여주는건... 아니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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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보내지 않을 편지를 너에게 쓴다.
안녕 오빠.
오빠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를 한 뒤 잠에 들었어. 앞만 보고 하루종일 달려갔으니 오빠의 잠자리는 달콤하겠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을 거야. 나는 이렇게 한심스러운 생각이 계속 드는 걸 보니 열심히 하루를 보내지 않은게 분명해. 맞아, 열심히 살지 않았어.
오빠, 나는 요즘 이런 우리의 연애가 어떤 건지 모르겠어. 즐겁다가도 허무하다가도 잔잔하다가도 격정적이었다가도 또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요해져.
오빠, 우리의 나이는 적지 않은 20대 중반이야. 서로에게 충실하기 이전에 ‘학생’이자 ‘어엿한 20대 중반’으로서 각자 해야할 ‘일’들이 있지. 오빠에겐 대학원 일과 공부일테고, 나에겐 취업 준비겠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일이 있기 때문에 마치 20대 초반에서나 할 법한 풋내기들의 사랑놀이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나도 알고 있어.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걸. 평일엔 서로의 일에 집중하고, 또 주말에는 데이트를 하지. 그런데 무언가 나는, 무언가... 잘 모르겠어. 연애를 하지만 독립적으로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보니 사실 지금 내가 ‘솔로’가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야. 때로는 내가 솔로 같기도 하다가, 평일에 짬 내서 만나게 되면 문득 ‘아 나 남자친구가 있구나’하고 깨닫기도 해.
오빠를 종종 생각하지만, 또 종종 생각하지 않기도 해. 오빠의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다가도, 왠지 모르게 그 웃음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
그런 말 있잖아, 서로의 삶에 녹아드는, 서로를 삶에서 지우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는 말 있잖아. ‘반쪽’이라고 많이들 부르는 그 말.... 그 말이 이상하게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우리는 각자 서로가 없이도 충분히 괜찮고 부족함이 없는 한쪽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반쪽이 아니라... 적지 않은 200일이 넘은 시간인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괜찮은 걸까?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이런 나라서 미안해. 사실 나는 지금과 같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항상 자주 봤었고, 항상 곁에 있었고, 항상 무언가를 같이 했었기 때문에 그냥 지금과 같은 연애가 어색한 걸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상대에게 의존하고 기대는게 익숙해져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냥 오빠가 아직 ‘반쪽’처럼 느껴지지 않아. 만약 오빠가 없어진다면 당장은 힘들 수 있겠지만 내 하루는 여전하고 또 늘 그렇듯 똑같이 흘러 갈 것만 같아. 나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은거 맞는걸까. 오빠가 없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무너지고 마음이 찢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야 하는게 아닐까. 나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나는 다른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많은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어. 함께 많이 만나고, 같이 공부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같이 여행도가고, 계속 새로운 경험도 같이 나누고.... 그렇게 서로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자리잡아가며 서로의 반쪽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요즈음 드는 생각은 오빠가 이렇게 오빠의 일에 열중하고 온 힘을 쏟아 붙고, 나 또한 앞으로 점점 취업 준비에 열을 다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에너지를 쏟는 게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서로 달려가다가 누군가가 힘들어서 쓰러질 때, 과연 우리 중 한명은 멈추고 뒤돌아서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을까? 같이 멈춰서 서로 꼭 껴안아 주면서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
그냥 갑자기 말야. 그런 생각을 해보니깐 말이야. 내가 만약에 뒤에 쓰러져서 힘들어 하고 있으면 오빠는 왠지 내 손을 잡아 이끌며 앞으로 달려 나갈것 같더라. 그게 나쁜건 아니지만, 뭔가 마음 속 응어리가 사라지지 못하고 그냥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거 있지.
비슷할 것 같았던 우리였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오빠랑 나랑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오빠처럼 생각하고 오빠처럼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
이렇게나 다른데,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해.
우리가 함께하는 이백 몇일째 하루는 이렇게 또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어.
나는 이 고요함이 어색해.
헤어지자는 말이 아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아냐.
그냥 왜 우리는 서로에게 왜 아직 반쪽이 되지 못하고 각자 완전한 한쪽인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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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싶진 않지만 이 사람 없이도 멀쩡할 것만 같은 제 자신이 신기해요. 그냥 한곳이 허전한 느낌이에요.
새벽감성 충만하게 남자친구에게 편지글을 써봤어요.
제가 너무 걱정이 많은 건지... 이런 연애도 건강한 연애 맞는걸까요?..
P.s. 남자친구에게 직접 이 글을 보여주는건... 아니겟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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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에 보내지 않을 편지를 너에게 쓴다.
안녕 오빠.
오빠는 오늘 하루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를 한 뒤 잠에 들었어. 앞만 보고 하루종일 달려갔으니 오빠의 잠자리는 달콤하겠지? 세상 모르게 자고 있을 거야. 나는 이렇게 한심스러운 생각이 계속 드는 걸 보니 열심히 하루를 보내지 않은게 분명해. 맞아, 열심히 살지 않았어.
오빠, 나는 요즘 이런 우리의 연애가 어떤 건지 모르겠어. 즐겁다가도 허무하다가도 잔잔하다가도 격정적이었다가도 또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요해져.
오빠, 우리의 나이는 적지 않은 20대 중반이야. 서로에게 충실하기 이전에 ‘학생’이자 ‘어엿한 20대 중반’으로서 각자 해야할 ‘일’들이 있지. 오빠에겐 대학원 일과 공부일테고, 나에겐 취업 준비겠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일이 있기 때문에 마치 20대 초반에서나 할 법한 풋내기들의 사랑놀이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어.
나도 알고 있어.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걸. 평일엔 서로의 일에 집중하고, 또 주말에는 데이트를 하지. 그런데 무언가 나는, 무언가... 잘 모르겠어. 연애를 하지만 독립적으로 각자의 삶에 충실하다보니 사실 지금 내가 ‘솔로’가 되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야. 때로는 내가 솔로 같기도 하다가, 평일에 짬 내서 만나게 되면 문득 ‘아 나 남자친구가 있구나’하고 깨닫기도 해.
오빠를 종종 생각하지만, 또 종종 생각하지 않기도 해. 오빠의 웃는 얼굴을 보면 기분이 좋다가도, 왠지 모르게 그 웃음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해.
그런 말 있잖아, 서로의 삶에 녹아드는, 서로를 삶에서 지우는 건 상상할 수도 없다는 말 있잖아. ‘반쪽’이라고 많이들 부르는 그 말.... 그 말이 이상하게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냥 우리는 각자 서로가 없이도 충분히 괜찮고 부족함이 없는 한쪽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반쪽이 아니라... 적지 않은 200일이 넘은 시간인데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게 괜찮은 걸까? 무서운 생각이 들어.
이런 나라서 미안해. 사실 나는 지금과 같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항상 자주 봤었고, 항상 곁에 있었고, 항상 무언가를 같이 했었기 때문에 그냥 지금과 같은 연애가 어색한 걸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상대에게 의존하고 기대는게 익숙해져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냥 오빠가 아직 ‘반쪽’처럼 느껴지지 않아. 만약 오빠가 없어진다면 당장은 힘들 수 있겠지만 내 하루는 여전하고 또 늘 그렇듯 똑같이 흘러 갈 것만 같아. 나 이렇게 생각해도 괜찮은거 맞는걸까. 오빠가 없다고 생각하면 세상이 무너지고 마음이 찢어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야 하는게 아닐까. 나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나는 다른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냥 많은 추억이 있었으면 좋겠어. 함께 많이 만나고, 같이 공부도 하고, 같이 운동도 하고, 같이 여행도가고, 계속 새로운 경험도 같이 나누고.... 그렇게 서로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자리잡아가며 서로의 반쪽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런데 요즈음 드는 생각은 오빠가 이렇게 오빠의 일에 열중하고 온 힘을 쏟아 붙고, 나 또한 앞으로 점점 취업 준비에 열을 다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에너지를 쏟는 게 가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서로 달려가다가 누군가가 힘들어서 쓰러질 때, 과연 우리 중 한명은 멈추고 뒤돌아서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을까? 같이 멈춰서 서로 꼭 껴안아 주면서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
그냥 갑자기 말야. 그런 생각을 해보니깐 말이야. 내가 만약에 뒤에 쓰러져서 힘들어 하고 있으면 오빠는 왠지 내 손을 잡아 이끌며 앞으로 달려 나갈것 같더라. 그게 나쁜건 아니지만, 뭔가 마음 속 응어리가 사라지지 못하고 그냥 아래로 아래로 가라앉을 것만 같은거 있지.
비슷할 것 같았던 우리였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오빠랑 나랑 너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 오빠처럼 생각하고 오빠처럼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아.
이렇게나 다른데, 언제까지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해.
우리가 함께하는 이백 몇일째 하루는 이렇게 또 고요하게 흘러가고 있어.
나는 이 고요함이 어색해.
헤어지자는 말이 아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도 아냐.
그냥 왜 우리는 서로에게 왜 아직 반쪽이 되지 못하고 각자 완전한 한쪽인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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