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군대에서 내가 얻어온 건, 전역증 뿐이 아니었다.
얼굴 부근에 긁힌 상처와, 주기적으로 진정시켜 줘야 하는 심한 만성 피부염.
그리고 그 좋아하던 운동도 포기하게 만든 팔꿈치 및 허리 부상과 만성 통증.
편찮으신 부모님의 곁에 계속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과 바꾸기에는 개인적으로 너무도 혹독하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전역을 하고 나온 요즘의 세상은, 이보다 더 혹독하다.
내가 아픈 걸 참으면서 전역날을 꿋꿋이 세던 동안,
SNS에서 한국 남자는 한남.충이 되어있고,
군무새가 되어있으며,
휴가 나올 때마다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 되어있고,
그깟 군대 2년 이라는 발언이 판을 치고 있었다.
여자들 혹은 군 면제자들, 혹은 일반 남자들을 포함한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을 볼 때마다
갑자기 다시 얼굴이 뜨겁고 팔꿈치가 쑤셔온다.
상처는 다시 간지럽고, 허리는 다시 아파와 주저앉고 싶어진다.
내가 전역하자마자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화를 내려고 하면, 온갖 사람들이 몰려와 다시 비난하고, 비아냥댈 모습이 떠오른다.
한남. 군무새. 찌질. 그깟2년. 성폭행범. 기득권자. 차별의 주체.
그 사람들은 대체 누구길래, 내 인생 최악의 2년을 그렇게 함부로 절하하는 걸까.
약자에 대한 폭력을 막자는 취지라는데, 왜 그 화살은 내 가슴에 꽂히는 걸까.
나는 약자가 아니니까 상처를 받아도 괜찮다는 걸까.
그들이 말하는 '여혐'이라는 것을 그저 방관한 것에 대한 혹독한 벌이라는 걸까.
요즘 부쩍 느낀다. 내 2년은, 정말 부질없게 사라졌구나.
아니, 그 2년을 떠나 인생에서 '남자'로서 살며 짊어온 부담과 고충. 다 부질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혹독하다. 이런 세상에서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 대숲에 남자들보고 군대얘기 그만하라는 글이 올라와서 그걸 보고 씁니다. 물론 안 간 사람 입장에서 참 공감 안가고 노잼이라는 건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남자들이 군대얘기를 하는 건 군대얘기가 엄청 재밌다거나 군대 안 가는 사람을 소외시키려거나 누가 더 힘들었는지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2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게 군대와 관련된 것밖에 없는걸요? 최근 인생의 모든 경험이 군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군대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요.
군대 얘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하려면, 최근 2년간의 경험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아요. 보통 군대 다녀온 남성 친구를 둔 분이면 대학 3~4학년 정도일 테니, 미성년자일 때와 새내기 때의 에피소드를 제외한 그 어떤 경험도 말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여기는 학창시절만 포함되는 게 아니고 가족이나 연인과의 일화, 취미나 대외활동 등도 모두 포함되죠. 왜냐하면 최근 2년간은 그런 것들도 군대를 매개로 이루어졌거든요. 군대가 옛날 기억으로 멀어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경험이 메꾸려면 못해도 2년 정도는 걸립니다. 그러니 전역한 지 2년이 안 된 사람이 군대 얘기를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해주세요. 정 참기 힘들다면 군대가 아니면서도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떡밥을 먼저 던져주시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남들 다 가는 군대 뭐 그리 허구헌날 얘기하냐'는 태도는 대부분의 군필 남성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으니 적어도 면전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무도 가고 싶어서 간 사람 없는데 그 희생마저 부정당하는 느낌 들어서 참 서럽거든요.
출처는 서울대대숲입니다
얼굴 부근에 긁힌 상처와, 주기적으로 진정시켜 줘야 하는 심한 만성 피부염.
그리고 그 좋아하던 운동도 포기하게 만든 팔꿈치 및 허리 부상과 만성 통증.
편찮으신 부모님의 곁에 계속 있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나라를 지켰다는 자부심과 바꾸기에는 개인적으로 너무도 혹독하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전역을 하고 나온 요즘의 세상은, 이보다 더 혹독하다.
내가 아픈 걸 참으면서 전역날을 꿋꿋이 세던 동안,
SNS에서 한국 남자는 한남.충이 되어있고,
군무새가 되어있으며,
휴가 나올 때마다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 되어있고,
그깟 군대 2년 이라는 발언이 판을 치고 있었다.
여자들 혹은 군 면제자들, 혹은 일반 남자들을 포함한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쓰는 것을 볼 때마다
갑자기 다시 얼굴이 뜨겁고 팔꿈치가 쑤셔온다.
상처는 다시 간지럽고, 허리는 다시 아파와 주저앉고 싶어진다.
내가 전역하자마자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오른다.
그렇다고 화를 내려고 하면, 온갖 사람들이 몰려와 다시 비난하고, 비아냥댈 모습이 떠오른다.
한남. 군무새. 찌질. 그깟2년. 성폭행범. 기득권자. 차별의 주체.
그 사람들은 대체 누구길래, 내 인생 최악의 2년을 그렇게 함부로 절하하는 걸까.
약자에 대한 폭력을 막자는 취지라는데, 왜 그 화살은 내 가슴에 꽂히는 걸까.
나는 약자가 아니니까 상처를 받아도 괜찮다는 걸까.
그들이 말하는 '여혐'이라는 것을 그저 방관한 것에 대한 혹독한 벌이라는 걸까.
요즘 부쩍 느낀다. 내 2년은, 정말 부질없게 사라졌구나.
아니, 그 2년을 떠나 인생에서 '남자'로서 살며 짊어온 부담과 고충. 다 부질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혹독하다. 이런 세상에서 더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2) 대숲에 남자들보고 군대얘기 그만하라는 글이 올라와서 그걸 보고 씁니다. 물론 안 간 사람 입장에서 참 공감 안가고 노잼이라는 건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사실 남자들이 군대얘기를 하는 건 군대얘기가 엄청 재밌다거나 군대 안 가는 사람을 소외시키려거나 누가 더 힘들었는지 자랑하려는 게 아닙니다. 2년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게 군대와 관련된 것밖에 없는걸요? 최근 인생의 모든 경험이 군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군대 얘기를 하지 말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요.
군대 얘기를 하지 말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하려면, 최근 2년간의 경험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아요. 보통 군대 다녀온 남성 친구를 둔 분이면 대학 3~4학년 정도일 테니, 미성년자일 때와 새내기 때의 에피소드를 제외한 그 어떤 경험도 말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여기는 학창시절만 포함되는 게 아니고 가족이나 연인과의 일화, 취미나 대외활동 등도 모두 포함되죠. 왜냐하면 최근 2년간은 그런 것들도 군대를 매개로 이루어졌거든요. 군대가 옛날 기억으로 멀어지고 그 자리를 새로운 경험이 메꾸려면 못해도 2년 정도는 걸립니다. 그러니 전역한 지 2년이 안 된 사람이 군대 얘기를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해주세요. 정 참기 힘들다면 군대가 아니면서도 남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떡밥을 먼저 던져주시는 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네요.
그리고 '남들 다 가는 군대 뭐 그리 허구헌날 얘기하냐'는 태도는 대부분의 군필 남성에게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을 일으킬 수 있으니 적어도 면전에서는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무도 가고 싶어서 간 사람 없는데 그 희생마저 부정당하는 느낌 들어서 참 서럽거든요.
출처는 서울대대숲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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