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때 만난 첫사랑과 오래 사귀었었어요
동갑이고 알콩달콩 끼부리는 연애는 아니었지만
야자마치고 밤에 손잡고 같이 집에가는게 좋았어요
스무살이 되고 서로 다니는 대학교가 달라서
신입생시절 술먹고 다니는걸로 크게 한번 싸웠었어요
제가 옆에 있지 않아도 잘 지내는것 같아서 섭섭함을 토로했었는데
이걸 빌미로 여름이 오기 전에 헤어졌었어요
헤어진 상태에서 너무 어둡게 다녔는지
주변에서 계속 캐묻더니 결국 소개를 해주더라구요
학과 여자동기한테서 같은학교 다니는 대학생도
학과선배한테서 지인인 대기업 다니시는 분도
고등학교 친구한테서 건너건너 병원다니는 간호사분도
하지만 뭔가 허전한 기분이 가시질 않더라구요
결국 해가 넘어가기 전에 그 애를 다시 찾아갔고
차분하고 애틋함이 느껴지는 연애를 다시 이어갔어요
다음해 봄에 저는 남들 가는시기에 입대를 하였고
힘들었던 후임병 시절에 여자친구가 정말 의지가 많이 됐어요
그 애가 너무 좋아서 고백은 안했지만 결혼을 생각했었죠
그러나 전역이 가까워질 수록 연락하기가 더더욱 힘들어졌어요
물론 그 애가 대학원 진학을 준비한다고 바쁜것도
바람을 피우는건 아니라는 것도 알았지만
8박 9일 휴가를 갔다와도 이틀만보고 말 정도로 바쁜가 싶었고
병장되고서 후임들이 관심사병이라고 마편 쓸 정도로 지쳐갔어요
말년에 할건없고 시간은 많은 그 곳에서 혼자 앓다가
결국엔 전화로 그만 만나는게 좋겠다고 했습니다
곧 휴가를 나갈건데 만나서 다시 얘기하자고 했더니
무덤덤한 목소리로 굳이 만날필요있냐고 되묻더라구요
잠시 침묵했지만 아무런 감정변화를 느끼지 못해서 알겠다고 대답했고
이건 4년넘게 사귀었던 첫사랑과의 마지막 통화가 되었습니다.
규모가 큰 학과라 복학 후에 어렵지않게 혼자 다니고 있었는데
학과 후배 한명이 제가 전과생인줄 알고 접근하더라구요
시간표가 많이 겹쳐서 먼저 인사하면서 밥 같이 먹자길래 몇 번 먹었었는데
자꾸 뭔가 빌미삼아서 둘이서 밤에 술 마시자고 제안하더라구요
연애감정이 생기질 않던 때라 부담스럽기도 했고
알아보니 알고지내는 학과동기의 전 여자친구이기도 하더라구요
어느날 동기가 시험기간 끝나고 술마시자며 불러서 갔더니
학과에서 여성혐오하는 일베충이라며 소문이 났다고 하더라구요
애초에 학교는 혼자 다니고있었고 피해본 것도 없어서
개인적으로 물어보는 사람들한테만 해명하고 다녔습니다.
헤프닝으로 끝난 것 같았지만 연애에 공허하던 시절
독신주의자가 되게해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졸업반입니다.
암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평점도 그럭저럭 중간
어학성적도 딱히 열심히 준비하지 않아 졸업이 가능한 정도
취준에 그다지 열정적이지 않았고
수도권 도시근무가 가능하던 2곳에 넣었는데
서류에서 1패, 최종면접에서 1패
총 2전 2패로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최종면접까지 갔을 땐 확실하다 싶었는데
독신주의자라 주말근무 야간근무 초과근무 다 좋고
일요일에 집에서 책만 읽을 수 있으면 된다고
생활비100 + 부모님 용돈50 + 적금100 = 초봉3천이면 된다고 했는데
너무 예의없어 보였나봅니다
졸업 전 마지막 학기라고 기말고사도 금방 끝나서
집에서 그냥저냥 시간 보내고있는데
그동안 외로웠던게 이제서야 한꺼번에 몰려오네요
전 이제 어떡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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