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오랜만이다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A4용지에 적어서 가지고 다니다가
우연찮게 마주치면 전해주고 싶었는데,
그 날 이후로 마주치지 않더라.
그때 적은 편지를 이렇게나마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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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너랑 헤어진 후에 안 좋은 일이 많았어.
교통사고랑 피부병이 심해져서 몸이 아팠다.
그래서 결국 대학병원에 갔어.
너 왜 좋아하냐고 자주 물어봤었잖아.
음, 처음에 수업시간에 널 봤을때 너밖에 안 보였고,
너랑 만나면서 좋은 일이 계속 생겨서 내 행운의 여신 같았어.
이 말을 하면 부정탈까봐 그동안 말을 안했는데,
역시 헤어지니까 안좋은일이 자꾸만 생긴다.
내가 시간 갖자고 말했었지.
시간 갖는 동안 우리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부족한 점들을 되돌아 볼 수 있어서 그랬는데
너한테 상처가 됬다고 생각 해.
미안해.
이런 미안하다는 말도 쉽게 못했는데 내가 자존심이 강해서 그랬어.
그래서 마지막에 잡는 것도 못했어.
그런 점에서 너한테 배울점이 있었어. 표현해주고, 잡아줘서.
너가 힘들 땐 헤어지건 아니건 내가 곁에 있었는데
(물론 옆에 있으니 없는것만 못하다했지만)
내가 힘들땐 너가 없더라. 너한테 연락하는 것도 지금은 못하는구나.
이 순간을 오롯이 감내하며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라서, 너같은 사람 없어서, 놓치기 싫어서야.
데이지덕이 다시 아빠가 보고싶다고 하면 그때 연락 줘.
이 모든게 내 행동의 대가라고 생각하고 감내하며 기다리고 있을게.
그 시절 A4 용지에 내 마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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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전하고 싶은 노래는 로이킴-상상해봤니 였어, 사실.
노래가 우울해서 주변사람들이 걱정할까봐 비슷한 노래로 했었지.
"누구를 만난다는 게 서로의 감정 이외에 생각해야 하는게 참 많더라.
네가 그리는 사랑과 내가 그렸던 자유는 같은 계절에 피진 못하더라."
이 말이 가슴에 와닿더라.
그 시절, 우리는 서로 각자의 생각만 말하고 있었더라.
둘 다 힘들었는데 말이야.
나도, 너도 반대로 바뀐 생활에 적응하느라 자기 자신도 못 돌보고 있었는데 말이야.
나는 내 진심을 마지막에 전했던거 같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사랑했어.
그렇지만 너는 더이상 믿지 못하더라.
너의 길을 찾아라고 한 사람이 나라서, 그렇게 너를 잃게 되어서 슬프지만,
한 사람의 인생이 바뀐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할게.
너가 전 남자친구와 연락하는 것을 보고,
그리고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나에게 말하지 않는걸 보고
널 많이 미워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만 미워하려고.
나는 다시 가장 찬란한 순간의 나처럼,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며 잘 살고있어.
진작에 이렇게 살 걸 그랬어.
병도 많이 나았어.
이제는 그만 아파해도 되나봐.
나는 대답도 늦고, 항상 늦는 사람이지만,
언젠가는 깨닫고 한층 더 성숙하는 사람이니까, 그게 나니까.
그래, 문득 생각나면 피식 웃고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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