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보는 게시판에 저의 이야기를 적는다는게 한편으로는 우습지만, 그래도 이렇게라도 털어놓으면 뭔가 위안이라도 될까봐 적어봅니다.
몇 개월전, 저는 교환학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유럽에 있는 아주 아름다운 나라로 가게 됬습니다. 교환학생을 하기 전 저의 마음은 열심히 공부하고 돌아가자! 라는 결의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10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피로한채 처음 기차에 올라 바라본 유럽의 풍경은 정말 신기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아기자기한 집들,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문득문득 보이는 소와 양, 말들. 정말 평화롭고 여유러웠습니다. 저는 그래도 혼자 유럽에서 지내면 외로울 까봐 가져온 통기타에 커다란 캐리어,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4, 등가방 까지 누가봐도 이민온 사람 같았습니다. 그런 저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아니면 우스웠는지 기차 안 사람들이 연신 저를 흘겨보는 것이 느껴졌고, 왠지 부끄러워 잔뜩 움츠린채 기차 안에 앉아 있었습니다.
가끔씩 검표하러 온 직원들도 제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어디에 가냐고, 어떻게 갈 줄은 아냐고 물어보며 친절하게 도와주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도움에 힘입어 4시간에 걸쳐 목적지인 시골 지방에 다다랐고, 많은 짐만큼 부풀은 마음을 가지고 열차에서 내렸지만 저를 반겨주는것은 비였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길도 제대로 모르고 무거운 짐만 든 저의 발걸음을 애꿎은 비가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저는 그것도 모르고 무거운 짐을 든채 우두커니 신호등 앞에서 20분을 서있었습니다. 기다리다 지친 저는 연신 욕을 내뱉으며 그냥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걸었고, 버스를 타려고 했지만 운이 좋게도 교통카드도, 휴대폰 배터리도 없던 터라 그냥 2시간을 걸으며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며 목적지에 어찌 저찌 다다랐습니다. 그렇게 저의 유럽에서의 힘든 첫날이 끝났고, 다음날은 부동산 관리 업체에 가서 원룸 계약을 맺고 생필품을 사랴, 짐을 푸랴 정신없이 보냈습니다.
그 다음날인 셋째날은 교환학생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성격이라 가기가 두려웠지만 무조건 참여하라는 학교의 지시가 있었기에 주섬주섬 옷을 입고 점심때가 되기전 오리엔테이션이 열리는 카페테리아로 갔습니다. 예상한대로 안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많이도 모여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여기저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저는 안내 표지를 따라 정해진 그룹을 위한 구역으로 갔습니다. 계단을 오르고 창가쪽으로 가보니 친절하게 생긴 아저씨 께서 요리사복을 입은 채 음료와 과자를 나누어주고 있었고, 저는 조심스레 떙큐!라고 하며 커피와 과자 한개를 집어 아무도 앉지 않은 테이블에 혼자 앉았습니다.
저는 누가 보기에도 정말 심각한 표정으로 커피와 과자를 먹고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있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말을 걸면 뭐라고 해야할지 모른채 그냥 앉아있었습니다. 그렇게 잠시 머릿속이 새햐얘져서 혼자 우두커니 앉아있을 때, 새햐얀 저의 머릿속 만큼이나 새햐얀 얼굴을 한 그녀가, 정말 무리에서 떨어져 나간 새끼 양처럼 어쩔줄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의 맞은 편에 앉았습니다.
저 말고도 사람이 앉아 있지 않거나 앉아 있는 테이블은 많았고, 저 말고도 동양인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녀는 저의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그녀의 표정은 너무나도 귀여웠습니다. 어쩔줄을 몰라서 맞은편에 앉은 그녀는 마치 제가 먼저 말이라도 걸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의자에 걸터 앉아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때부터 저는 사랑에 빠진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인같아도 보였고, 일본인같이도 보였던 그녀에게 저는 먼저 HI!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정말이지, 먼저 말을 걸어주었을때에 그녀의 환한 표정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정말로 제가 먼저 말을 걸어주길 바랬던 것마냥 너무나도 반갑게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은 보는 모쏠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도 인사를 하였고, 한국인이냐고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저는 그렇다고 했고, 그녀에게 어디서 왔냐 물었습니다. 저의 예상을 다 깨뜨린채 그녀는 일본도 한국도 아닌 중국 쪽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혼자 왔냐고 물었고, 그녀는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천천히 하다가 무슨 수업을 듣냐 물어보았고, 정말 우연찮게도 같은 수업을 신청했었습니다. 그녀도 뭔가 같은 수업을 듣게 되었는지 기뻐하는 눈치였습니다. 이야기를 할수록 그녀는 정말 좋은 사람같아 보였고, 저는 그녀에게 애인이 있냐 물어보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그런 저의 어색함을 눈치 챘는지 그녀가 먼저 저에게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어보았고, 저는 웃으며 없다고 답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있냐 물어보았고, 그녀는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때에 그말을 들었던 저의 심정을 적어보자면, 정말 맛있는 케익을 발견하고 가게에 들어가 가격을 보았을때 제가 가진 돈보다 비싸서 사지 못하는데 다른 누군가가 와서 사버리는 듯한 기분이였습니다. 애써 실망감을 감추며 저는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고, 그렇게 이야기를 몇번 더 나누다가 그녀가 먼저 저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로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에 저는 번호를 교환했고, 그렇게 몇번 이야기를 더 나누다가 정말 할말이 없어졌습니다. 그때의 어색함이란 정말이지, 맨 처음 대학교 개강총회를 했을때 잘 모르는 동기들 끼리 술자리 테이블에 앉아있었을 때 만큼이나 참을 수 없는 진한 것이었습니다.
결국에 저는 그럼 이제 우리 친구냐고 어색한 눈빛과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어보았고, 그녀는 그게 웃겼는지 환하게 웃으며 친구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아 그렇구나! 하면서 악수를 하자고 했고, 그렇게 바보같은 대화를 하다가 오리엔테이션이 시작하고 같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나는 그녀에게 내일 다시 보자고 웃으며 인사를 했고, 그녀도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그날 밤 원룸 침대에 누웠을때 왠지 모르게 씁쓸함과 외로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다 남자친구가 있네, 하면서 울적한 기분을 삼키며 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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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변변찮은 글솜씨라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다음 내용은 반응을 보고 더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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