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헌신하는 사람이 매력이 없다는 글 보고 제 경험이 떠올라서 글을 써요.
전 20살 넘어서부터 지금까지 연애를 6번 했는데, 단 한번도 제가 먼저 접근하거나 고백을 한 적이 없어요.
다 여성분 쪽에서 먼저 번호를 물어보거나 하는 식으로 호감을 보였고 사귀자는 고백을 하는 경우에도 여성분 쪽에서 먼저 했어요. 에초에 제가 평소에 이성에게 크게 관심을 보이는 스타일도 아니고 먼저 여자쪽에서 다가왔기 때문에, 그렇게 다가온 여성분이 처음에는 정말 저를 좋아한다는 티가 나는 행동을 많이해요. 그럼 저는 점점 그 사람한테 마음이 열리고 아끼고 배려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제 가치관은 모두 그사람이 중심이 돼요. 저는 사라지구요.
제가 굳이 '여자가 먼저 다가 왔고~ 나중에는 내가 더 좋아하게 되더라~' 라는 말을 한 이유는 연애에서의 갑을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에요. 솔직히 연애에 갑을 같은게 어디있냐지만, 돌이켜 보면 항상 더 사랑하고 더 아쉬운 쪽이 을이에요. 연애 초반에는 제가 갑이 되고 여자친구가 을이였던거죠. 여자친구가 먼저 저에게 다가왔고, 고백하고 그랬으니깐요. 그런데 전 만나면 만날수록 정이 생기는 성격이라 표현도 엄청 많이해요. 그냥 완전 콩깍지가 씌여서 공주님처럼 대접해요. 답답하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 사람이 상처 받을까봐 화도 안 내구요. 여태 연애를 하면서도 화를 내본적은 단 한번도 없어요. 전 갈수록 자발적으로 을이 되는 사람이었던 거죠. 그래도 저는 저사람도 을이고, 나도 을이면 서로 완벽하게 평평한 시소 관계를 이룰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런 관계는 없었던거 같아요. 한쪽이 낮아지면 한쪽은 올라가기 마련이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상대방은 저의 배려와 표현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갑을의 관계는 서서히 바뀌어요. '호의가 계속 되면권리인줄 안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그래요. 그저 잘해주기만 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는 어떠한 긴장감도 못 느끼고, 그 사람의 배려는 내가 당연히 누려야할 것인줄 착각하죠. 이런 태도가 나쁜건 아니에요. 솔직히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주는 그런 헌신적인 사랑도 당연하게 여길 떄가 많은데, 남자친구가 주는 사랑도 당연하게 여기게 될 수 밖에 없겠죠. 한마디로 감사하게 느끼면 착한거지만, 당연하게 여긴다고 나쁜건 아니라는거에요.
배려를 받으면서 점점 갑이 되어간 사람은 을이 예전만큼의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을 했을 때 실망스러워 해요. 또 만만하게도 보여요. 저 사람은 내가 무슨 짓을 해도 화를 내지 않는다는걸 아니깐요. 높아진 기대치에 못 미치는 상대방의 행동, 긴장감이 없는 관계는 관계를 시시하게 만들어요. 적절한 긴장감이 있는 관계에 사람이 집착하는건 본능이에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희망하고 바라는 모든 것들도 우리와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런거잖아요. 떄문에 긴장감이 사라진 이런 관계에서는, 사람이 싫은건 아니지만 관계가 시시해지고 그 사람한테서 설렘 보다는 익숙함을 느끼게 되죠.
모든 연애를 이런식으로 끝낸건 아니지만, 이런식으로 끝난 연애가 몇번 있어요. 이런 상황 때문에 맞이하는 이별을 처음에는 이해를 못했어요, 내가 그렇게 잘해 줬는데 뭐가 문제였던 걸까라고만 생각했죠. 아마 헤어지자는 쪽에서도 자신이 무슨 감정일지 모를거에요. 근데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그때 그 사람이 어떤 의미에서 헤어지자고 한건지 알겠더라구요.
그냥 에전 생각나서 주저리 주저리 썼지만 결론은 하나 입니다. 연애를 하더라도 자신에게 솔직히자. 자신에게 충실한 것 까진 아니더라도 굳이 자신의 감정까지 속이고 상대방을 배려할 필요는 없는거 같아요. 뭐 밑에 글에서는 다른 여자와 편하게 연락하고 하는 방법을 극복방법이라고 하셨던데, 저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솔직함을 상대방이 알 수있도록 표현하구요. 내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적절하게 관계의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봐요.
세줄요약
1. 자신의 감정까지 속여가며 하는 헌신적인 연애는
2. 관계를 시시하게 만드는 것 같다.
3. 정신적 호구는 되지말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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