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즐겨 보세요 다들?
전 그 사연이나 그린 라이트라는 신개념이 좋아서 챙겨 보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사연도 다 거기서 거긴거 같은데 MC들이 재밌어서 계속 보고 있어요
그런데 지난 주 그린라이트를 꺼줘 사연이 참 씁쓸해서 글 써보네요
34살의 대기업 다니는 남자 친구를 둔 27살 대학원생 여자가 보낸 사연이었는데요
남자가 경제 관념이 아주 투철하다고 하더군요
둘이 만난 지 여자의 첫 생일 때 남자가 선물로 다니고 있는 토익 학원 두 달치 수강료랑 교재를 사줬다고 하네요. 이러면 적어도 돈이 30만원 이상 나가지 않나요? 그런데 로맨틱하지 않다고 불평하다가 쓸 데 없는 것보다 실용적인 것이 낫지라며 자신을 위안하는 모습부터 뭔가 안 좋아보였습니다.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남자는 35만원 여자는 15만원 이렇게 서로 경제 상황에 맞게 내고 있었대요
그런데 여자가 알바비가 밀려서 2개월 치를 못 내고 있다가 본인도 그게 미안해서 먼저 알바비 밀려서 못 냈다 알바비 들어오면 두 달치 바로 넣겠다 이런 식으로 말했다네요
남자는 그럴 거면 데이트 통장을 없애자고, 두 달치 밀린 거에다가 그 달 거도 입금하면 45만원인데 그러면 너 더 부담 아니겠냐고 이런 식으로 말해서 섭섭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여자가 남자에게 본인의 친구들을 만날건데 같이 가자고 했답니다. 남자가 꺼낸 대답은 너네 친구들 만나면 내가 돈 내야 되잖아 싫어 이런 식이었다네요. 여자는 자기 생각으론 친구들 끽해봐야 10만원 정도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남친이 10만원도 아까워 했다는 거에 섭섭하다는 겁니다
한 날은 여자가 교수님께 박사 과정 권유를 받고 고민하다가 남친에게 털어놨는데 남자가 하는 말이 그럴 줄 알았어. 어차피 석사 공부하다가 취업 안 되면 박사하려고 했던 거잖아? 랍니다
사연 소개하면서 드러나 있듯 저는 사연을 듣는 중에 그린라이트를 껐습니다. 남자 때문이 아닌 여자 때문이죠.
물론 남자가 대기업을 다니고 여자는 아직 학생이니 남자가 돈을 더 낼 수야 있는거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고요.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잘못은 전혀 모르는 것 같아 보였어요. 몇 십만원이 넘는 생일 선물을 받고 로맨틱하진 않지만 실용적이라고 위안한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나 싶네요. 아니면 학원비는 부모님이 내 주시니까 자신에게 전혀 경제적 이익이 없다는 생각일까요? 이런거라면 더 화날 것 같으니 드라마 많이 본 것이라 생각하고 싶네요.
본인은 학생이고 남친은 직장인이니까 좀 더 써도 된다고 하는 생각이 아주 깊게 박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친구들 만나면 돈 다 내야 돼서 싫다고 말 했으면 아니야 다 같이 나눠서 낼거야 라고 말해주진 못할 망정 얼마 안 나올 거라고 그거 아까워하는 남친한테 섭섭해 한다는게 말이 되나요? 그렇다면 남자의 친구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이 당연히 돈을 낼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지가 굉장히 궁금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고요.
박사 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자 입장에선 당연히 신경 쓰일 수 있는 부분 아닌가요? 나이가 34살이면 혼기가 몸 쪽 꽉 찬 직구보다 더 꽉 찼는데 지금 사귀고 있는 애인이 맞벌이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고 집안 일을 도맡아서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본인은 오죽 답답했을까요?
그런데 이 사연을 들은 연예인들의 반응이 더 가관이었죠. 다들 남자가 왜 이렇게 쪼잔하냐, 여자를 위해서 10만원도 못 쓰냐, 사랑하는 방법은 모른다는 등 너무 일방적으로 여자를 옹호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물론 뭐 연예인들이야 돈을 많이 벌고 보이는 것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직업이라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과 괴리가 좀 많이 느껴졌어요. 그 중에 장미 아무 쓸 데 없는데 그 장미 살 돈을 현금으로 주면 그게 로맨틱하냐? 합리적이려고 연애하는 게 아니라 로맨틱하려고 하는거 아니냐?라는 성시경 씨의 말은 정말 크게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논리가 사연과 연관이 있는듯 미묘하게 틀어져 있더라고요. 지금 저 사연녀의 자기 쉴드는 합리적이기보다는 낭만적이고 싶다인데 제가 볼 때는 낭만적인 것을 찾는 게 아니라 남자에게 불합리를 요구하는 거 같아 보였기 때문이죠. 그걸 성시경 씨가 아주 멋있는 말로 잘 포장을 해주어서 그 말에는 큰 감명을 받았지만 사연과는 동 떨어진 얘기라고 많이 느꼈어요.
방금 마녀사냥을 다운 받아 보고 나서 약간은 답답한 심정에 글을 쓰다보니 굉장히 장황해졌네요... 아무튼 여러분들은 이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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