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관 여성 전용 이용에 관한 논의 정리와 소견 (긴글주의)
요즘 마이피누가 자유관이야기로 많이 뜨겁네요. 댓글만 조금씩 달다가 많은 분들의 이해를 돕고 갈등을 조금 해소하는데 기여하고자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먼저 이번 일은 통시적 관점이 아닌 공시적 관점으로 바라보아야한다는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과거 어느 시점에 기숙사의 성비 불균형이나 위치 상의 불이익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해도, 그것은 그 시점의 피해자가 보상받아야할 것이지, 전혀 관계없는 현재의 특정인이 과거 타인의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과거의 기숙사 배정 문제는 배제하고 현재의 문제에만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처음으로 자유관이 남여공용 기숙사라고 보도가 난 것은 부대신문 ‘옛 자유관 부지에 신축 남녀 공동 생활원 착공한다’[1] 기사입니다. 이는 2017년 말의 대학생활원장님의 입장문[2]에서 오보로 밝혀진 바 있으며, 대학생활원 측은 이후 새로운 글[3]을 통해 오보의 경위를 밝혔습니다. 해당 글에는 현장책임자의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인터뷰가 진행되어 2016년 3월 이미 여자전용으로 설계완료된 것을 간과한 발언이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아쉽게도 관련 정정보도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이후 대학생활원장 문전옥 교수님은 알림[2]에서 자유관을 여학생 전용으로 이용하면
- 부산대학교 남녀 성비 54:47에 비해 기숙사 성비가 58:42가 되으로 남학생이 약 196명 더 수용될 수 있다
- 웅비관의 경비를 줄여 관리비 절감이 가능하다 (실제로 2018년 관리비 동결에 영향을 미침)
에서 유리한 점이 발생하며,
- 진리관 식당아래 문화시설 설치하겠다
- 자유관 못지 않은 리모델링 약속 (매트리스 교체, 2018 겨울부터 장판, 도배, 가구, 욕실 교체)
- 웅비관이 자유관에 비해 조금 넓다
등을 통해 남학생 생활관에 이점이 있으며, 유지 보수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히신 바 있습니다.
또한 글의 말미에는 ‘원생들의 의견수렴과 설명 없이 재건축이 진행되어 혼란을 가져오게 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는 생활원을 운영함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더 반영하겠습니다. 우리 대학생활원에서는 원생들의 생활과 복지를 위하여 주기적인 설문조사 등 수시로 원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니, 기탄없이 의견을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직접 사과하시기도 했습니다.
해당 글에서 자유관 여성전용화의 가장 큰 이유는 안전이라고 밝히셨고, 이러한 견해는 자유관 대토론회에서 주무관님들의 설명과 같았습니다. 자유관 개축에 관한 논의가 진행될 시점에는 2013년 발생한 성폭행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을 때 였고, 당시의 판단으로는 여학생 전용으로 운영하며 경비를 강화하는 것만이 해법이 될 것이라 생각했으며, 국정감사 등에서 상당한 지적과 압박이 있었음을 말해주셨습니다. 이어서 자유관 대토론회이야기를 더 하자면, 저는 조금 늦게 들어가서 약 50분간 토론회를 보고 빠저나왔기 때문에 제가 보고 듣고 질문한 것에 마이피누 글과 중운위 회의록을 참고하였습니다.
먼저 대학생활원 관계자분들의 말씀입니다.
- BTL방식이기 때문에 현재의 논의를 2학기 개원시점에 바로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더라도 그것은 차후에 반영될 것이라는 말이죠.
- 신축 자유관은 두개 동이 지하로 연결되어있는 구조이고 구분시설이 전무하기때문에 남여공용화는 불가능하다.
- 웅비, 진리관에 대한 보상책이 있다 ([2]의 내용과 같음)
- 여학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 여학생 전용으로 하여 남성이 출입하면 즉각 외부인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 발생한 학생들의 의견과 그에 대한 답변입니다.
-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여공용화 혹은 교차배치를 위한 시설 구비를 준비해야한다[4].
- 부산외대와 같이(부산외대의 경우 모든 층과 동이 연결되어있으나, 이동 시 카드를 인식하여 자신의 생활 구역에만 진입할 수 있고,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구분시설 설치를 하면 어떠한가 -> 소방법상, 설계상 불가능하다
- 보수공사는 원래 해야하는 것 아닌가? -> 그렇긴 하지만 계획을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 안전문제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으니 아래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설계상으로 개조가 불가능하며, 2학기 개원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웅비나 진리관에 대한 보상책은 예정이거나 크지 않다. 정도가 되겠네요.
자유관 남여 배정건의 검토보고[5]에서는 공용기숙사의 안전상 단점과 민원의 발생(성별 구역을 침범하는 등)을 다루면서 진리관과 웅비관은 외진 곳에 있어서 치안에 불리하며(실제로 1996년 진리관 근처에서 여교수 피살사건이 발생), 자유관은 외부인의 출입이 용이하다는 점을 인정한 바, 대학생활원의 한 곳이 특별히 안전하다는 확실한 근거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여학생에 대한 안전은 분명 최우선적 고려대상이지만, 여학생을 과도하게 보호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은 요즈음 페미니즘의 추세와도 맞지 않으며, 지리적 이점이 크게 작용하는 것을 과소평가 혹은 묵시한 것도 잘못입니다. 검토보고[5]의 4쪽, 자유관 재건축에 따른 인원배치 검토를 인용하면, 3안의 진리관, 웅비관 a동, 자유관 b동을 남학생이 사용하고, 웅비관 b동과 자유관 a동을 여학생이 사용하는 것은 성비에도 정확히 맞을 뿐만 아니라 신축건물의 고른 이용에도 적합하다고 명시되어있습니다. 성범죄의 대부분이 외부인에 의한 것임을 생각했을 때 3안이 채택되지 못한 것은 안전이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6쪽의 생활불편 및 비용부담의 증가에 대해 지적하자면, 공용구간 이용으로 불편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 말하자면 아파트나 원룸은 성별을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데 비단 기숙사만 그렇게 이용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남여공용의 경우 경비인력이 증가한다고 명기한 부분도 확실한 설명이 없기에 이해되지 않습니다. 백미는 7페이지의 운영상의 문제점에, 현재 자유관의 체육시설에는 여성전용 체력단련실을 구축하여 필라테스와 요가에 필요한 기구만을 구비하여 임대료를 삭감했다는 것입니다. 자유관 문제를 떠나서라도 여학생은 웨이트할 필요가 없다, 이거 참 문제 아닙니까? 아무튼 그래서 남여공용으로 사용시 헬스기구를 더 들여와야되서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한다고 하네요.
이해가지 않는 사항은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니 줄이도록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첫째로 미래를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생활원에서 말씀하신 요인들은 다분히 현실적인 요인들이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남학생들의 권리를 위해서는 앞으로의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토론회 참여하신 대학생활원 관계자분께서 교차배정은 분명 가능성 있고, 현실성도 있는 제안이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대안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둘째는 과거를 반성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대학생활원은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합니다. 토론회 중 한 관계자분은 편의가 안전에 앞설 수 없다는 취지로, 여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현재 부지가 제공되어야한다고 발언하셨지만, 굉장히 논란이 많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분명 논의가 진행되었어야합니다. 바로 위에 제가 적은 이해가지않는 사항들은 확실한 해법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논의라도 되었으면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학생들도 반성해야합니다. 자유관 대토론회장에는 대학생활원 관계자분들보다 적은 수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아무리 방학중이었다고 한들, 너무나도 저조한 참여율에 부끄럽기까지 했습니다([4]의 사회대학생회장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참고해주세요).
자유관 문제는 구시대적 성 고정관념과 소통의 부재가 빚어낸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두가지는 어느 한쪽의 변화만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다만 학생여러분들도 바쁘신 와중에도 학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단순히 분노를 표출하는 것 만이 아닌 확실한 의견개진과 그를 통한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1]옛 자유관 부지에 신축 남녀 공동 생활원 착공한다 2017/04/10 http://m.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6164
[2]개축 자유관 여자 전용 배정 관련 알림 2017/12/28 https://dorm.pusan.ac.kr/dorm/bbs/view01/20000601?articleNo=3691
[3]자유관 여자 전용 배정 관련 추가 안내 2017/12/29 https://dorm.pusan.ac.kr/dorm/bbs/view01/20000601?articleNo=3692
[4]제 4차 확대중앙운영위원회 회의록 p23 http://mypnu.net/sc/21659393
[5]자유관 남여 배정건의 검토보고, 부산대학교 대학생활원, 201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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