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리단&달록 공연팀장 송한얼(어리)
2004년 노리단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함께한 송한얼(닉네임 어리) 씨. 지난 7월 부산으로 내려와 노리단&달록의 공연팀장으로 활동하는 송한얼 씨를 만나 노리단과 그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몸담고 있는 노리단은 어떤 단체인가요?
노리단은 ‘하고 싶은 일로 세상을 바꾼다’는 모토로 공연, 교육, 미술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에요. 2004년 공연팀으로 시작해 2007년 사회적 기업인증을 받았죠. 특히 공연팀은 국내뿐 아니라 홍콩이나 미국, 영국 등에서도 공연을 하고 있어요. 보통 공연이라고 하면 관객은 직접 참여하기보다 관람만 하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저희는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연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나 혼자가 아닌 ‘우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요.
저희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산업자재나 재활용품 등을 이용해 직접 악기를 만들어요. 직접 만든 악기로 연주를 하죠. 주로 타악기를 가지고 공연을 진행했는데 최근엔 관악기나 건반악기도 만들어 사용하려고 해요. 연주니까 듣는 재미도 있고 직접 만든 악기니까 보는 재미도 있다고 생각해요. 서울에선 악기를 만들고 전시하는 창고가 따로 있어요. 부산에서도 역시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찾는 중이구요. 10분을 공연해도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요소를 첨가하죠.
달록은 미디어를 이용한 활동을 진행해요. 예를 들면 컴퓨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이용한 영상이나 영화를 만들죠. 공연을 할 때 노리단은 직접 퍼포먼스를 하고 달록은 미디어를 이용해 공간을 꾸며주는 등 함께하기도 해요.
노리단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노리단은 하자센터에서 처음 시작됐어요. 당시에 저는 하자센터가 운영하는 대안학교인 하자작업장학교에 다니고 있었죠. 학교를 다니며 문화예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어떤 방식으로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싶은 일로 내 2~30대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하고 싶은 일로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며 노리단이 프로젝트 성으로 논의가 됐어요. 노리단이 지금 내가 원하는 길과 비슷하다 생각했어요. 음악을 한다는 것도 맘에 들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발맞춰 활동하다보면 다른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함께했죠.
노리단에선 이름 대신 닉네임을 사용한다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사실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다보면 호칭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선생님, 팀장님, 언니 오빠 이런 호칭이요. 그러다보면 수평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가기가 어려워요. 특히 저희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함께 지내는데 이런 상황에선 호칭이 여러 의미를 가지잖아요. 그래서 이런 관계를 넘나들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 닉네임을 쓰기로 했죠. 또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직접 짓지 않잖아요.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삶을 새롭게 디자인해보자는 의미로 닉네임을 사용해요. 그렇다고 “야!”, “너!”라고 함부로 대하진 않고 존중하는 느낌을 담아 닉네임을 불러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노리단에는 다양한 세대들이 함께해요. 몇 년 전에는 초등학생인 단원들도 있었는데 그 단원들 역시 제 어깨를 딱 치면서 “어리! 뭐 했어?”라며 서슴없이 대화를 나눠요. 대표님 같은 분들께도 “지금 나랑 놀아주면 안 돼?”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분위기구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기는 자유분방한 에너지들이 공연에서도 드러나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놀이’를 좋아하셨나요?
어머니 집안이 음악을 하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음악과 친해졌던 것 같아요. 제게 음악은 어려운 것이 아니라 친한 친구 같았죠. 그런데 학교에 들어간 후 음악이 멀어져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같이 노래 부르고 연주 해봐요”라고 제안하면 대부분은 “못해요”, “저 노래 못 불러요”라고 말씀하시잖아요. 제 생각엔 우리가 받고 있는 교육이 음악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아요. 저도 초·중학교 다닐 땐 음악이 저에게서 멀어진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노리단을 시작한 후 음악은 어려운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죠.
노리단에 참여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사람들이 우려를 표하진 않았나요?
제가 다니던 하자센터는 인가를 ‘안’받은 대안학교였어요. 인가받지 않은 대안학교다 보니 진학하려면 중학교 2학년 때 자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부모님께서는 이런 상황도 이해해주셨어요. 노리단에 참여하며 새로운 작업을 해보겠다고 말씀드렸을 때도 적극적으로 찬성해주셨죠. 이런 환경에서 지내다보니 대안교육에 관심가지는 분들을 많이 봐요. 대체로 저희 세대부터 부모님들이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셨더라고요.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기보다 주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사실 다른 사람의 인생이기 때문에 제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본인이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개인의 선택을 인정해야죠. 자신이 만족하고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해요.
기업 연수나 교육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어요. 연수를 하면 반응이 어떤가요?
저희는 교육이나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가만히 있기보단 직접 몸을 쓰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연수’라고 하면 경직된 느낌이 들잖아요. 그래서 참가하시는 분들이 처음에는 대부분 “뭐지?”, “왜?”하는 눈길로 바라보곤 해요. 하지만 끝나고 나면 아이들이 지을 법 한 해맑은 미소를 띠고 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아, 이분들과 만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죠. 그분들에게 긍정적인 활력소가 됐다는걸 느끼니까요. 보통 연수라고 하면 앉아서 강의를 듣는 게 대부분인데 오랜 시간동안 앉아서 강의를 듣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뛰고 마음껏 움직이고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으니까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부산에도 노리단이 창단됐는데요, 부산으로 진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에 있는 노리단원 7~80명 중 60%는 청년들이에요. 이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로 세상을 바꾸고 재미나게 살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죠.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다양한 청년들을 만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한민국 안에는 다양한 청년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그들이 하고 싶은 일도 함께 풀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죠. 이 와중에 부산에 있는 청년들이 이런 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공연하면서도 이를 느꼈어요. 그러면서 부산의 색깔을 가진 청년들과 부산‘만’의 특색이 담긴 노리단을 만들기 위해 부산으로 왔어요.
지난 15일 온천천에서 공연을 하셨는데요, 서울 시민들과 부산 시민들이 공연을 보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던가요?
서울에서도 지역마다 분위기는 달랐기 때문에 부산도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 예상해요. 우선 온천천에서 공연했을 때 부산 시민들에게는 ‘흥’이 내재돼있다고 느꼈어요. 무언가 물꼬가 터지면 정말 다양한, 재미난 일들이 벌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중에서도 가장 놀랐던 게 공연을 하는데 함께 공연을 즐기던 시민들이 일어나서 춤을 추더라고요. 갑자기 클럽이 된 것 같았죠. 그때 ‘여기서 재미난 축제 판을 만들 수 있겠다’, ‘이 흥을 어떻게 숨기고 계셨을까’ 싶었죠.
한 시간짜리 공연을 하다 보면 마지막에 체력이 달릴 때가 많아요. 그럴 때 함께 하던 시민들이 그렇게 호응해주면 힘들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져요.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팔이 아릴 정도로 아파요. 근데 그걸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함께 즐기는 거죠.
부산대 앞에 터를 잡고 계신데 근처 시민들과 부산대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우선은 저희가 여러분과 함께 만날 기회를 만들어가겠지만 기사를 보시는 부산대 학생들과 여러 시민들께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기계공학과 학생들과 함께 악기를 만들 수도 있고 무용과 학생들과 공연을 할 수도 있겠죠? 학내 문화 공연 단체들도 함께하자고 제안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재미난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저희 작업장으로 견학 오셔도 좋아요. 말로만 함께하는 게 아니라 진짜 교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535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