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피누에 하고 싶은 말도 있는데 일단 저의 옛 시절을 회고하는 단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시작부터 마이피누에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기에는 뭔가 맞지 않는 것 같아서요.
저는 현재 대한민국의 정치라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되던 민주당이 되던 그 누가 되던 나랑 무슨 상관이냐 하는 식으로 살아가고(아, 통합진보당은 제외하고요.)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술자리에서도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입을 싹 닫습니다.
나는 관심없다, 니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던 나는 그걸 존중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말아버립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친구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아 저 녀석 명색이 대학생이라는 놈이 정치에도 관심이 없고, 니가 그러고도 대학생이냐 쯧쯧.'이라고 생각할까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저한테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너 왜 이렇게 변했냐?" 라고요.
이의 시작은 제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올라갑니다.
근원은 중3 시절 어쩌다 우연히 '체 게바라 평전'을 사서 읽은 이후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졌던 건 고2 말이었습니다.
당시 어쩌다 한겨레21을 구해 읽게 되었는데(제가 계속 어쩌다 어쩌다 이러는건 정확한 이유가 기억이 안나서입니다.)
그 잡지를 읽으면서 접하게 된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 때의 제 눈엔 참으로 암담했어요.
다른 이들은 노무현 정권을 그저 칭송하기에 바쁜데
한겨레21에서 비춰진 대한민국은 여전히 암울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한겨레21을 구해 읽던 그 시기는, 대추리 문제로 한창 말이 많던 시기였지요.
저는 그 일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한창 공부한다고 바쁠 시기인 고3 시절을 정치에 관심가지면서 보냈습니다.
서면에서 정치집회를 한다고 해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야간자율학습을 빼먹은 채 그 곳에 참석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활동은 재수, 삼수 때도 계속되었습니다. 심지어 재수 직전에는 정치단체에 가입도 했었습니다.
그 이후로 재수, 삼수 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온갖 정치집회에 참석했었죠.
노무현 정부 말기에는 반 FTA 시위에도 참가했었고, 이명박 정부 초기에는 광우병 집회...
특히 광우병 집회 당시에는 참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겪기도 했습니다.
(그 단체가 어디인지는 직접 밝히기가 어려운데... 그냥 우리 학교 내에서도 알려져 있는 단체라고만 말하겠습니다.
참고로 지금은 그 단체와는 완전히 결별했고, 더 이상 그들의 이념에 동조하지도 않습니다.)
2008년 5월 31일에는 서면 중앙대로에서 전의경과 대치하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서울에서의 시위 상황과 연계되어서 부산도 상황이 나름대로 험악했습니다.
시위현장에 처음 갔을때는 전경들한테 친절하게 고생많다고 말해주고 전의경은 웃으면서 받아주기도 했는데
밤이 되니까 분위기가 장난아니게 변해버렸죠. 군중들이 가두시위에 나서면서 순식간에 중앙대로 점령...
그 상태에서 서면로터리부터 광무교까지 중앙대로 전면 통제.
그리고 전의경은 절대 서면로터리 못내주겠다고 버티고, 시위 군중들은 서면로터리 들어가야겠다고 버티고...
그렇게 몇 시간을 버티다가 자정이 지나고 나서 해산했었습니다.
그 때 군중들은 여기서 조금이라도 밀리면 우리도 서울같이 폭력진압을 당한다고 생각해서 어떻게든 버텼습니다.
(그 날 기억나는 또 하나의 장면이, 시위현장에 있던 전의경이 혼잣말로 시위 구호를 중얼중얼대던거...
보면서 조금 웃었었습니다.)
6월 10일에는 부산에서 일어난 시위 사상 처음으로 서면로터리가 뚫렸습니다.
그 상태로 서면로터리는 시위 군중들에게 장악당했고, 전의경들은 부산진경찰서로 가는 그 길에서 계속 대기했죠.
그 와중에 서면로터리 길바닥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는 미친짓도 해봤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데 별이 하나도 안 보이더군요.
그리고... 이건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시청 앞까지 가두행진하고 나서 시위가 끝났던 날이 있었습니다.
다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시청 앞에서 플래카드 들고 서 있던 여고생들이 보이더군요.
그 때 시청에 남아있던 직원 분이랑 경찰 관계자 분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에 학생들을 타일러서 집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주위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저보고 프락치냐면서 막 공격해대고...
끝끝내 아니라고 주장하고 물러나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정치에 회의를 가지게 되었던 순간이었죠.)
그런 상황에서 한창 격화되어갔던 광우병 회의도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를 기점으로 해서 정치에 대한 회의감이 급속도로 심화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민중이 나서서 변화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변화하기는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죠.
그 경험 이후로 정치에 관심을 그냥 놓아버리기로 작정했었습니다.
광우병 시위가 막판으로 접어들 무렵, 저는 삼수를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 그 정치단체와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대로 그 정치단체와의 연계는 끝났습니다. 오히려 이제 와서는 그닥 좋은 감정을 못 가지는 단체가 되었죠.
(다만 제가 그 단체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많다는 것은 당시의 경험담에 의거한 것입니다.)
2009년에 부산대학교 사학과 학생으로 입학한 이후부터 올해까지의 이야기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정치에 관심도 끊고 지냈고, 당시 총학생회장이라는 인간이 하는 짓을 보면서 학교에도 관심을 끊었고...
그냥 내 일이나 하고 놀자는 생각으로 2009년을 보냈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4월 20일부터 2012년 2월 4일까지는 군복무.
(이 때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진 이후 제 사고관의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2012년 2월 4일에 군생활을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전역하자마자 칼복학해서 학교 잘 다니면서 공부하는데, 4월이 총선이랍니다.
그런데 정치판에 다시 눈길을 돌려보니까 민주통합당이랑 통합진보당 하는 짓거리가 완전히 머저리같던 겁니다.
총선 끝나고 한번 제대로 깠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패악질과 민주통합당의 무능이 그들의 총선을 말아먹었다고요.
그러다가 소위 '친노'들에게 제대로 까였습니다. 그러면서 그게 그놈이구나 하는 확신을 굳혔습니다.
정치 혐오증의 단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죠.
새누리당은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질 때부터 싫어했고, 지금도 좋아하지 않는 정당이지만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이라는 놈들도 그게 그놈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으며
누가 되던 나는 모르겠다, 너네들 알아서 놀아라... 하고 마음먹게 된 단계...
(지금도 어이없는 것 중의 하나가, "친노의 실체가 있긴 있어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어쩜 '친노'라는 인간들이 그 말을 저렇게 뻔뻔하게 하나 싶더군요.
참고로 여기서 '친노'는 넷상의 친노 지지자들을 말하는겁니다.)
저의 옛 시절을 회고하는 이야기는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마이피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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