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술국치 101년, 광복 66주년을 맞는 해다.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우리 삶속에는 일제의 잔재가 남아있다.
일제의 잔재는 일상생활 속 우리의 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감탄사 ‘앗싸’부터 ‘고데기’, ‘테레비’ 등의 단어는 모두 일본말에서 비롯됐다. 스포츠, 건축, 음악 등 각 분야에 일제시대 들어온 일본식 용어가 깊이 스며들어있다. 학생들이 많이 가는 당구장은 일본식 용어가 가장 팽배해 있는 대표적인 곳이다. ‘뒤돌려치기’란 의미의 ‘우라마와시’, ‘재수로 맞은 요행수’란 뜻을 가진 ‘후루꾸’ 등은 흔히 당구장에서 쓰는 일본말이다. 이기훈(정보컴퓨터공 1)씨는 “일본말인줄은 알고 있었지만 대체할 말이 없어 사용하고 있다”며 “고쳐야 할 부분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글학회 성기지 학술부장은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우선되어야 할 것은 우리말에서 일본어의 찌꺼기를 없애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말 속에 침투한 일본어를 우리말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말 속에 스며든 일본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우리말과 일본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비교적 찾기 쉬운 ‘벤또’와 같은 일본어 그대로의 용어보다는 일본식 한자가 더욱 문제다. 일본식 한자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널리 사용되고 있어 구별하기 어렵다. ‘이해하다’라는 우리말 대신 ‘납득하다’란 일본식 한자를 쓰거나 ‘인도’라는 우리말보다 ‘안내’라는 말이 널리 쓰이는 것을 일본식 한자 사용의 예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성기지 학술부장은 “대학생들은 우리말에 더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야 한다”며 “단기간에는 불가능하겠지만 우리식 한자말로 바꿔 써야한다”고 말했다.
일제의 잔재는 우리의 언어생활에만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각종 문화재와 건축물에도 퍼져있다. 부산 금정구에 위치한 범어사의 국가 지정 보물 250호 삼층석탑은 대표적인 일제 잔재로 지적받던 건물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8월부터 탑 주변 화강석 난간과 ‘조선총독부’라고 새겨진 표지석을 제거하는 등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작업을 했다. 당시 작업에 참여했던 우리학교 서치상(건축) 교수는 “강화도 조약으로 부산항이 개항되면서 부산에 일본의 불교가 빠르게 침투했다”며 “사찰이 일본인의 행락지가 되면서 일본의 색채를 띠게 되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일본은 우리의 전통적인 사찰을 신식으로 개조한다는 명분으로 사찰을 변질시켰다”고 말하며 아쉬움을 내비췄다.
이 밖에 우리 생활에도 일본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은 많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곳에 일본 문화가 스며들어있다. 대표적으로 기합문화나 반상회 같은 것이 있다. 최원규(사학) 교수는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일제의 잔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일제의 잔재를 구별해 조직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홍보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 의식 속에 남아있는 일제의 잔재를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 일제강점기때 피해자의 모습을 잊고 사는 현재 우리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생활 속에 남아있는 일본식 문화보다 더 각성해야 할 것은 가해자인 그들을 망각하며 사는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이 당시 받았던 피해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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