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 다가올 즈음이면 특수교육과에서는 관련 문구를 현수막에 써서 캠퍼스 곳곳에 걸어놓는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문구가 있었는데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장애인들을 더 힘들게 만든다’는 글귀였다. 수많은 현수막들이 나와 같은 장애인들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지만 특히나 그 내용이 담긴 현수막은 나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현수막 내용을 보니 어릴 적이 기억난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있지 않았을 때라 사람들은 장애인 보는 것을 큰 구경거리로 생각했다. 내가 사람들 앞을 지나가기라도 하면 내가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어린 나로서는 어른들의 그런 눈초리가 너무 큰 상처로 다가왔다. 말없이 조용한 눈총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다. 이런 눈초리 하나하나가 나를 안으로 움츠려들게 만들었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결과물로 보여주기에는 공부가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잘 모르는 선생님들은 학생으로 봐주지 않았고 학생이기 이전에 장애인이라는 인식부터 가지고 있었다.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선생님들의 인식이 힘들었지만, 대학에서는 남들과 같은 공평한 입장에서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최선을 다했다.
내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캠퍼스 여기저기를 돌아다녀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학생들은 내가 전혀 인식되지 않아 쳐다보지 않는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에게 불편한 눈초리를 보내는 것이 나를 얼마나 불편하게 만들지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교 안의 사람들이 장애인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더라도 인식이 부족하다고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학교에도 장애인들이 많고, 밖으로는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졌기 때문에 ‘장애’라는 것이 너무 먼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전과는 다른 장애인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덕분에 대학교에 오면서 친구들도 많이 사귈 수 있었고 그들도 나를 서스럼없이 친구로 대해 줬다. 교수님들과는 대면할 기회가 없지만 수업을 듣는데 문제가 있어 찾아가면 나의 입장을 이해해 주시려고 노력한다.
장애인을 봤을 때 편견을 가지는 사람은 장애인을 많이 만나보지 못한데서 오는 착오이다. 막상 그들을 만나 이야기 해보면 자신과 막연히 다르다는 생각만은 들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시작이다. 성격에 따라서 쉬운 일이 될 수도 있고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만약 다가가는 것에 성공한다면 편견이라는 경계가 눈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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