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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신문 창간 57년, 상식에 기반한 비판을 주문한다.

부대신문*2011.12.08 10:29조회 수 54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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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씨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후보자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넴으로써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는 데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그 쪽지에서 안철수 씨는 미국 흑인의 인권운동을 촉발케 한 로자 파크스 사건을 예로 들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이 사건은 우리에게도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로자 파크스는 노예해방이 있은 지 거의 90년 이상 지난 1955년 12월의 어느 날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에서 자신이 앉자 있던 자리를 백인에게 양보하라는 운전사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미국 헌법의 조문은 흑인들에겐 명목상으로만 존재했을 뿐이었다. 식당 화장실 앞에 ‘백인 전용’이라는 푯말이 붙어있는 것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안철수 씨가 이 쪽지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로자 파크스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사회의 상식에 관한 문제였다. 그는 우리사회의 갈등이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간의 대립에서 비롯하기보다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즉 비상식의 팽배에서 비롯한다고 보았다. 물론 상식에 어긋나는 가치가 지배하지 않는 사회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 우리사회는 비상식이 점점 더 구조화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된다.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묵살된 채 진행된 4대강 사업, 정권에 비판적인 연예인들의 퇴출, 임기도 채우지 못한 채 쫓겨나는 기관장들의 해임, 나아가서 역사학자들의 해석조차 무시하고 소수의 이데올로기적 역사관을 밀어붙이는 역사 문제 등 사회적 상식을 무시한 채 실시되는 정책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상식(常識)의 영어가 ‘common sense’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common sense'를 우리말로 옮기면 상식보다는 ‘공통의식’ 내지 ‘공통감’에 가깝다. 공통의식과 상식 간에는 의미적, 시간적 차이가 존재한다. 공통의식이 사람들 간의 소통과 앎의 공유를 추구해나가는 현재 진행형을 의미한다면, 상식은 그것이 고착화됨으로써 그 공유가 지식체계나 억견으로 변질된 과거형 혹은 완료형에 가깝다. 따라서 상식이 현재 진행 중인 공통감이나 공통의식에 근거할 때 상식의 생명력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상식은 과거의 죽은 지식이 됨으로써 소통을 향한 노력을 방해할 수도 있다.
부대신문이 올해로 창간 57돌을 맞이했다. 그동안 부대신문은 다양한 외압에도 불구하고 비판의식을 잘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독자들을 잃어가고 있다. 왜 그런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비판에 치중하거나 타성에 안주함으로써 독자들과의 공통감을 형성하려는 노력을 놓치지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비판이 그런 치열한 노력에 근거하지 못할 때 그 비판은 비난이 되기 쉽고 타협의 유혹 앞에 무력할 수 있다. 부대신문의 창간 57돌을 축하하는 마당에서 부대신문의 무거운 책임을 상기시키고 싶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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