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 글을 보는 순간 바로 생각난 것이 모 여객선 선장의 '기다리고 있으라'가 생각났습니다. 지금까지 과거 군사정권을 포함한 권위주의 정부하에서 학생들과 민중의 여론을 탄압할 때 언제나 나왔던 논리였기 때문입니다 '일부의 의혹만을 가진 채, 북괴의 사주를 받은 반정부 세력이 국민을 호도, 여론을 선동,조작하고 있다' 며 집회결사의 명분을 뺏아갔습니다. 그리고 정권의 정당성을 그런 식으로 지켜냈습니다. 멀리 갈 거도 없이 바로 직전 정권에서 집회를 '종북좌파들의 선동'이라고 치부해버렸습니다.
촛불은 공론의 장입니다. 여론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해서 집회를 해서는 안된다는 법도 없습니다. 주최세력이 정치적 색채를 완전히 빼라고 하는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의도가 불손한 세력이 그 시위를 자기네 정략에 따라 이용을 하려고 시도는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시위 참여 세력중에 군중들에 섞여서 시위의 본질을 호도하고 이걸 조국의 의혹문제와 상관없는 반정부 시위나 혹은 다른 의도로 몰고가려는 걱정도 있다는것도 충분히 인지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참여민주주의 의식이 피어납니다. 이것은 오른쪽이고 왼쪽이고를 가릴수 없습니다. 학우들이 시위를 하겠다는 계획 자체를 '생각없는 촛불'이라고 이야기 하는것은 학우들의 수준을 무시하는것입니다.
조국 후보자의 딸 조민씨의 단국대 논문공저의혹, 우리학교 의전원 장학금 지금의혹, 모두 해소되었다고 이야기가 나올 뿐, 전혀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것들입니다. 비단 저 두 가지 의혹 뿐이겠습니까. 물론 여러 의혹들 중에 시덥잖은 루머수준의 악의적 가짜 뉴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소수의 가짜뉴스가 호도된다는 이유로 집회가 폄하될순 없습니다. 2016년 촛불집회에서 한줌거리도 안되는 통진당 잔당들이 광화문 한켠에서 풍선 나눠주면서 이석기 석방을 외쳤다고 해서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의 주제가 '이석기석방'이 아닌거랑 같습니다.
형벌을 내리는 형사재판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 무죄추정원칙과 철저한 증거주의를 통해 운영됩니다. 하지만 행정부의 인사청문회는 다릅니다. 철저한 불법을 가려서 100%의 확신이 들지 않으면 무죄판단을 내리는 곳이 아니라 해당 후보자가 이 임무를 맡을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인품과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받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 제기의 범위는 광범위하고 이를 재판과 같은 잣대로 '불법 아니다.' '개연성은 있지만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라는 이유만로 문제제기를 할수 없는 영역 또한 아닙니다. 그리고 이미 조국을 둘러싼 여러 의혹은 인사청문회 이전에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 할 정도로 상당히 심각하고 깊은 문제라는걸로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이걸 단순히 조중동의 악의적인 여론전이라고만 치부해버리면 곤란합니다. 서울대, 고려대에서 먼저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나섰을 때 그 참가자가 단순히 극우세력 수십명의 소수 집회가 아닌 수백~수천명 수준으로 늘어난 이유라 봅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것이 밝혀질 수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 국회에선 '원리원칙대로' 해결할려는 자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인사검증의 개회유무를 떠나서 공론의 수렴과 집회, 시위로써의 여론 표출이 절대 부당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참여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공론화를 틀어막아선 안됩니다. 비판을 싫어 해서 비판을 막아선 안됩니다. 집회가 시덥잖을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모이는것을 폄하해선 안됩니다.
저는 졸업생이고 학내 문제는 학부생들이 이끌고 나가야할 사안이라 봐서 학교랑도 거리를 두고 입을 다물고 상황이 돌아가는거만 그냥 지켜보고 있었는데 저 글을 보고 이건 도저히 아니다 싶어서 혼자 불타올라서 장황하게 글을 썼습니다. 현재 조국의 의혹에 대한 저의 주장도 아니고 상당히 원론적인 이야기를 적었을 뿐입니다. 그래도 환기가 필요하다 싶어 적었습니다. 조만간 있을 촛불집회도 학우 여러분들이 자유롭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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