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 의혹 제기, 제주 해군 기지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철도 민영화 반대, 그리고 이러한 일련된 문제들이 응축되어 최근에 발생한 대학생들의 '안녕들 하십니까' 문화. 이러한 시민들의 흐름은 왜 발생하고 있을까요? 아주 간단해요. 기본적으로 정부와 국민간에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그거에요. 모든 문제는 우리의 삶과 직결되어있고, 그러한 삶의 지반 위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삶과 관련해서 묻고 답을 요구하는데, 그 물음을 봉쇄하고 있잖아요. 또한 분명하지 않거나 문제가 있어보이는 국가의 정책에 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대화의 출발점인데, 의문을 제기하는게 마치 북한의 사주를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려고 하는 거라고 매도질하고 있죠. 과거 냉전시기 미국에서 매카시즘이라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불고 있는 종북몰이와 같은 색깔론 공세가 있었던 적이 있죠. 그때 사회 전방위에서 너는 빨갱이, 너도 빨갱이라고 지목하고 그랬는데 당시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영화화 한 유명한 존 포드 감독도 빨갱이 지목을 당했어요. 그때 존 포드는 말했죠. "나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 감독이다".
영화 만드는 사람한테 소련의 스파이라고 지목하는 세태, 그리고 지금 자랑스런 우리 대한민국에서 '의문을 제기하니 넌 빨갱이라고 하는 세태'. 재밌죠? 여기서 지역과 시대를 초월하는게 보이죠. 즉 세계 어느 지역을 가도 결국 거기엔 인간이 있고, 인간은 무리를 짓고 무리 지은 인간은 자기 무리의 안위를 우선적으로 추구하는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람들은 서로 한 가족이 되지 못하고 여러 무리로 나뉘어 위의 사람들은 국민의 입을 막아 자기 독단을 펼치고 있죠. 더불어서 그들은 다년간의 세뇌를 통해서 자신들에 복종하는 좀비들 또한 양성했죠. 좀비들은 자기들이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도 모르면서 불과 몇년전에는 듣도 보지도 못한 '종북'이라는 프레임을 무기로 맹목적인 성전을 펼치고 있지요.
기본적으로 요즘 우리나라 답답한 와중에 일단 나는 대학생입니다. 당장 시급한 문제는 졸업해서 부모님께 손 안벌리고 먹고 사는 거, 그거 해결하는게 시급하죠. 그래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주 관심사에서 멀어지기도 하죠. 근데 내가 지금 당장 취업을 위해서 내 적성과는 상관 없는 스펙 쌓고 하는거, 그건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게 아니겠지요. 세상에 어찌 자기 하고싶은거만 하고 사느냐, 하고싶은거 다 할 수 있으면 지금쯤 누구나 다 대통령되었을거다, 이런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요. 사실 하고싶다는게 뭐가 되고 싶은 것만을 말하는게 아니지요.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싶어서 대학에 온것이지, 취업하려고 온게 아니에요.
앞과 뒤가 바뀐거죠. 나는 내가 하고싶은 걸 꾸준히 추구하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될 것이고, 그때 나의 가치는 빛이 나는 거 아닌가요? 사람나고 돈났지 돈나고 사람났을까요? 내 마음이 가는대로 가야지 남이 가라는데 가는 건 아니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해야지 남이 나보고 누군가를 사랑해라고 할 수는 없지요. 하고싶은거랑 할 수 있는거랑 구분해라고들 하시는 경우도 있는데, 하고 싶은 걸 꾸준히 추구해서 (잘)할 수 있는게 못 되었을 때, 그건 애시당초 하고 싶은게 아니었을 수도 있겠죠.
취업 문이 좁은건 그만큼 우리가 살고 있는 체제가 포화 상태라는 걸 반증하는거고, 그러한 구조의 문제는 왠만한 통찰력 있으신 분들은 다들 알고는 계시겠죠.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다, 너는 너보다 노력한 사람에 비해 부족해서 낙방하는거다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사실 능력으로 치자면 예전보다 지금의 젊은이들이 훨씬 뛰어나지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요즘 또래 젊은이들이 마치 신호등의 빨간 불과 파란 불만 보고 살아간다는 점이 아닐까. 자기가 어디에 서있고, 자기에게 빨간 불 파란 불 쏘아대고 있는 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죠.
학우들 보면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그런 경우도 많은데, 그렇다고 제가 그들에게 나의 의견을 지지해라고 부추기는 건 아닙니다. 나는 아무 말도 안해요. 그저 자기네들 삶이니까 알아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잘 해보라고 응원은 하지만.
근데 나는요. 지금 내가 하고싶은 걸 하거든요. 나 거지에요. 돈 없어요.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요? 근데 하루하루 행복해요. 20대에 배고픈게 얼마나 의미있는지 몰라요. 거기다가 요즘 시국이 뒤숭숭한데, 거기에 대해서 관심을 안가질 수가 없더라구요. 왜냐하면 남일이 곧 내일이거든요. 밀양 송전탑때문에 시위하는 그곳 주민 할머니 할아버지들,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거든요. 서울 대도시권 사람들 위해 쓰는 막대한 전력량을 위해 밀양 시골에 어마어마한 전류를 풍기는 송전탑 짓는 거, 그곳 사람들 터전 파괴하고 상처주는거 아닌가요? 그 사람들 잘 못 되는게 내 삶이랑 무슨 관련이 있는가, 싶을 수도 있는데 관련 있어요. 나중에는 내가 사는 지역에도 그런 비슷한거 하나 지을 수 있겠죠. 아무 반발도 없으니까. 힘있고 돈많은 사람들 하고싶은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 설국열차의 꼬리칸 취급하며 단백질 블록으로 엿먹을거, 가능한 일 아니에요? 철도 민영화 반대, 고삐 풀린 민영화가 나의 삶에 들이 댈 칼날 또한 인지하고 있어요. 정부는 아니다, 아니라고 주장하는게 도대체가 거기에 대한 충실한 부연이나 있어야 믿기라도 하지. 공주님은 뭐하십니까? 잡니까?
나, 이기적인 사람이에요. 나는 결국 내 삶 때문에 사회 문제에 관심이 가네요. 상식 비상식 구분하기전에 그냥 나는 나 먹고 사는게 중요해요. 그래서 사회 문제에 관심이 가네요. 사회 참여는 머리 속으로 꾸며낸 허상이 아니라, 당장 내 눈앞의 삶이랑 직결되는 거에요. 그래서 하는거에요. 냉소나 무관심은 곧 나는 내 삶을 그냥 남이 살게 만들겠다, 그런 생각과 다름이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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